‘군필자 채용 가산점’ 또 논란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9분


국 방 부 “반영비율 등 축소… 형평성 문제없어”

여성단체 “법안 동의 의원들 총선서 표로 심판”

가산점 부여횟수-채용인원 등 제한 둬

법조계 “반드시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위헌 결정을 내린 군필자 채용시험 가산점제를 되살리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13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자 여성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 내용 일부 조정=이날 국방위를 통과한 병역법상의 군필자 가산점제는 과거 위헌 결정이 난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가산점제에 비해 점수 가산의 정도와 횟수 등이 축소됐다.

위헌 결정이 난 가산점제는 횟수 제한 없이 채용시험을 볼 때마다 해당 과목 만점의 3∼5%를 가산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방위를 통과한 법안은 가산점 비율을 응시자가 얻은 점수의 2%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가산점이 부여되는 채용시험의 횟수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또 과거 법률은 가산점 혜택을 받아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의 수를 따로 제한하지 않았지만 국방위 통과 법안은 채용 예정 인원의 2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국방위 통과 법안이 이처럼 점수 가산의 정도와 횟수를 줄인 것은 1999년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이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가점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비례성의 원칙을 상실했다는 당시 헌재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던 조모 씨 등 이화여대 졸업생 4명과 신체장애가 있던 연세대 졸업생 1명이 군필자 가산점제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조계 “헌재 판단 달라질 수도”=법조계에서는 법안 내용이 달라진 만큼 국방위 통과 법안이 반드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안 내용이 달라진 만큼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당시 가산점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보다는 점수를 가산해 주는 정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취지가 더 강했던 것으로 안다”며 “새 법안은 가산의 정도를 낮췄기 때문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헌법은 평등권뿐 아니라 병역의 의무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고 있다”며 “각종 채용시험에서 합격자의 남녀 성비가 10년 전과 많이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헌재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당시 조 씨 등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사건을 맡았던 이석연 변호사는 “국방위 통과 법안이 점수 가산의 정도를 낮췄기 때문에 이 법안이 바로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우려는 있어 보인다”며 “이미 위헌 결정이 났는데 또다시 법안 마련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군필자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므로 가산점제 대신 다른 보전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계 반발 속 국방부 “문제없다”=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정신에 기초해 이 법안을 부결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군필자 가산점제 부활안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이 18대 총선에서 낙선하도록 당당한 한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군필자 가산점제보다 가산점 비율을 낮췄고 합격률과 적용 횟수도 제한하고 있어 과거처럼 형평성 시비는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