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계 “찬성표 던져달라” 국회설득 총력전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9분


“비준 동의안 상정합니다”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김원웅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송된 지 5개월 만인 13일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준 동의안 상정합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김원웅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송된 지 5개월 만인 13일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허탈한 민노당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강기갑(오른쪽) 권영길 의원이 1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되자 허탈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허탈한 민노당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강기갑(오른쪽) 권영길 의원이 1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되자 허탈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경제단체, 의원에 전화 릴레이… 기업인 8만명 서명 받기도

총선겨냥 의원들 “지역구 부담…” “미국이 하면…” 확답 피해

정부 관계자 “시간 빠듯하지만 찬성의원 많아 본회의 기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2월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재계와 정부가 국회 설득에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월 비준이 실패하면 대선 등 미국의 정치 일정과 맞물려 지금까지 공들여 협상해 놓은 FT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비록 13일 비준안이 어렵게나마 국회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되긴 했지만 재계가 바라고 있는 2월 회기 내 통과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요즘 경제단체들과 경제 관련 정부 부처들은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피가 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경제계, 막바지 총력전

한국무역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 임원들은 요즘 국회의원들과의 통화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한미 FTA 비준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반응은 천차만별. 간단히 “알았다”고 말하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 의원도 있고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사정상 영 부담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미 4월 총선에 전력투구하는 의원이 많아 아예 접촉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무역협회 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경제단체는 FTA에 대해 견해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국회의원 60명가량을 추린 뒤 배분해 집중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이 중 거물급이나 중진 의원들은 회장단이 직접 챙긴다. 회장단과 부회장단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긴급회동과 대책회의를 하고 있으며 각 단체 간부들이 수시로 국회에 나가 상황을 점검해 회장단에 보고한다.

앞서 1월에는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국회를 방문해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대표,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 등을 면담했고 공동 명의의 비준 촉구 성명도 여러 차례 냈다. 그 사이 유창무 무역협회 부회장 등 간부들은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대전까지 내려가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미 FTA 비준동의를 촉구하는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약 8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대한상의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만 머물고 있는 의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각 지방상의 조직까지 동원해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무역협회 정재화 통상연구실장은 “접촉해 보면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의원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미국도 안 했는데 왜 우리가 먼저 하느냐’는 이유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은 미국보다 한국이 더 문제라는 시각이 재계에는 팽배해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준안의 미국 하원 통과를 위해선 과반인 220석 정도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민주당 230명 중 50명 정도만 건지면 해볼 만하다는 게 미 행정부의 계산”이라고 소개했다.

○ 정부, 본회의 표결 대비도

정부에서도 고위직 간부와 실무자들이 수십 차례 국회에 나가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여 왔다. FTA 국내대책본부 윤영규 대외협력단장은 “직원 서너 명이 매일 국회를 출퇴근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주로 보좌관이나 비서관, 전문위원들을 찾아 권유와 설명, 동향 파악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준안이 일단 통외통위에 상정된 만큼 앞으로는 비준안의 본회의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단 상임위에서 비준안이 본회의로 이송되면 표결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를 찬성한다는 의원이 많은 만큼 본회의에만 올라가면 승산이 있다”면서도 “다만 2월에 처리하려면 몹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동아일보가 최근 국회의원 전원(298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답한 의원은 53.4%로 반수 이상이었다.

▶본보 13일자 A1면 참조
“한미FTA 비준 찬성 53%, 이번 국회 통과 안될것 60%”

▶본보 13일자 A3면 참조"
한미 FTA 2월 비준 찬성” 대도시 69% - 道지역 38%


신당과 한나라당은 비준을 상임위에 올리면서 공청회와 청문회를 거치는 것에 합의한 상태다. 이 때문에 ‘빠듯한 일정상 2월 국회 처리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은 2월 국회 통과를 위해 이 일정을 지체 없이 진행하자는 쪽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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