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년치 소비량 맞먹는 ‘자이언트급’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에 있는 대형 유전 탐사권을 따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해당 유전은 매장량이 8억∼10억 배럴로 추정되는 ‘자이언트급 유전’(매장량 5억 배럴 이상 유전)으로 한국의 연간 석유소비량(8억 배럴)을 웃돌거나 비슷한 규모다.
관계 당국과 산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 삼성물산, 대성산업, 삼천리, 유아이에너지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와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리체르반 바르자니 총리와 한국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합의각서 체결식에서 한국 컨소시엄의 새로운 유전 탐사권 확보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유전이 있는 지역 등 구체적인 내용은 14일 공개된다.
한국 기업의 쿠르드 지역 유전 탐사권 획득은 지난해 11월 바지안 광구(추정매장량 5억 배럴) 이후 두 번째로 안정적인 석유 자원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방한한 바르자니 총리는 14일 합의각서 체결식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하고 한국 기업들의 유전 개발 참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총리에게 자원외교의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히는 등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쿠르드 지역 미(未)개발 유전에 대한 관할권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사이의 갈등으로 중앙정부가 한국 등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고 유전 개발에 나선 일부 국가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사업 포기를 위한 압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 오일메이저들이 자치정부와 탐사 계약을 많이 체결한 상태여서 중앙정부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자원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만도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인도, 한국 등의 석유 개발 기업들과 10여 건의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