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줄게 에너지 다오” 자원외교 시동

  • 입력 2008년 2월 14일 18시 41분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4일 확보한 이라크 쿠르드자치구 내 4개 유전은 쿠르드 지역 내에서도 탐사성공률이 매우 높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가 광구 개발을 둘러싼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분쟁에 대해 "귀국 뒤 중앙정부와의 조속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이번 쿠르드 유전 확보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이명박 정부가 중시하는 '자원외교'의 첫 결실을 맺은 성공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원의 보고로 떠오른 쿠르드 지역

이라크는 원유 잠재매장량이 115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세계 3위의 석유 부국(富國)이다.

이 가운데서도 이라크 동북부에 위치한 쿠르드 지역은 서구 오일메이저사(社)들이 이미 상당수 진출한 남부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이어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끼어들기에 적절하다고 자원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이 지난해 11월 확보한 바지안 광구와 14일 따낸 4개의 광구가 있는 지역은 지질구조상 대량의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인도 등 주요국의 석유개발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10여건의 탐사계약을 체결한 것도 그만큼 유망광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르드 지역에는 현재 한국 자이툰부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파견돼 있어 쿠르드 자치정부 및 지역주민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고 있는 점도 앞으로 한국이 추가로 이 지역에서의 자원개발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개발 유전에 대한 이익배분을 놓고 쿠르드 자치정부와 중앙정부의 마찰이 완전 해소되지 않은 만큼 쿠르드 유전개발에 있어 중앙정부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자원개발이 시급한 한국으로서는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자칫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자원개발 나선 한국

한국은 2000년대 들어 뒤늦게 자원 확보 전쟁에 합류했지만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달 초 만해도 원유를 생산중인 미국 멕시코만의 생산유전 5개(6100만 배럴)와 콩고 엠분디 생산유전(2900만 배럴)을 동시에 사들이는 등 굵직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이 해외에 확보하고 있는 유전 및 가스전은 32개국 123개로 추정매장량은 168억 배럴에 이른다.

하지만 개발성공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는 탐사유전(77개)이 대부분이고 실제 확보한 매장량은 22억5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연간 도입량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 들여오는 전체 원유 및 가스양의 4.2%만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이미 일본과 중국의 에너지 자체 조달비율이 각각 16%와 14%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새 정부의 자원외교 첫 성과

세계의 자원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한국도 자원개발과 인프라개발을 서로 맞바꾸는 '패키지형 자원외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무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유국의 자원 개발 입찰에는 대개 메이저 석유개발회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낙찰을 받는 게 관행"이라며 "세계 100대 석유회사에가 전무한 한국은 산유국의 자원 개발 낙찰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패키지형 자원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쿠르드 유전 확보는 이명박 차기 정부의 자원외교가 처음으로 결실을 거둔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국 컨소시엄이 이번에 쿠르드 지역에서 유전을 확보하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하찬호 주이라크 대사의 공로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새 정부가 표방하는 자원외교가 첫 결실을 맺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자원과 지역개발을 한데 묶은 '패키지 외교'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김유영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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