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등대는 없다”… 삼성전자 ‘새로운 길’ 찾기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이제 우리 앞에 등대는 없습니다.’ 요즘 삼성전자의 서울과 각 지방 사업장에는 이런 혁신 표어가 걸려 있다. 미국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도 사업이 되던 시절은 끝났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가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신흥시장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윤종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세계 경제성장의 축이 선진국에서 신흥 성장 국가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국가들의 고객 요구를 철저히 파악해 제품의 가격과 기능을 최적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한 임원은 “신흥시장을 향한 총진격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윤 부회장의 최근 인도 터키 방문은 그 명령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실천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윤 부회장은 신흥시장 공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전략과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경쟁사와의 단순 제품 비교를 통해 새로운 기능 1, 2개만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신흥시장에 맞도록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가격은 낮추는 전략을 강하게 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프랑스 아코르사(社)의 ‘포뮬원’ 호텔 체인을 들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깨끗하고 조용한 객실과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층을 겨냥해 호텔 안 고급식당과 라운지를 없애는 전략을 펴 현재 신흥시장 등 14개국에서 380개 체인을 운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 부회장은 또 “아시아 중남미 러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총 2억 대가 넘게 팔린 노키아의 초저가(超低價)폰 ‘1100’의 성공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집해 온 휴대전화의 프리미엄 전략을 신흥시장에 맞춰 적극적으로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흥시장 공략 등을 위해 휴대전화의 해외 생산 비중을 지난해 51%에서 올해 5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아시아 중남미에서 2000만 대나 팔린 ‘SGH-E250’ 같은 중저가형 휴대전화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 터키 베트남 나이지리아 같은 주요 신흥시장에서 2, 3위에 머물러 있는 삼성 휴대전화를 1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노력이 올해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 신흥시장인 터키의 삼성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2006년 14.6%에 불과했지만 1월 말 현재 41.4%로 증가해 1위인 노키아(47.5%)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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