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4일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장을 전격 소환한 것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초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는 특검팀이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사를 토대로 주요 책임자의 형사처벌 방침을 세운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
▽비자금 의혹 조사=우선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이미 상당 부분 진척돼 있는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차명계좌 수사의 성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이날 이 부회장을 전격 소환해 조사한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특검 수사가 두 달 넘게 남아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소환은 앞으로 기본적인 특검 수사 진행과 관련한 삼성 측의 협조 의사 등을 받아 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업무 처리와 의사 결정 과정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어서 세부적인 내용을 따지기보다는 수사의 전체적인 방향과 관련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특검팀 관계자는 “앞으로 이 부회장을 여러 차례 불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수사관 2명을 이 회사로 보내 삼성전자 인사자료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한 전산자료 등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회사 물품을 대거 압수하는 통상적인 압수수색이 아니며 특정한 전산자료 등을 컴퓨터 저장 장치에 담아온 것이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압수수색은 특검팀의 자료 제출 요청을 몇 차례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본사엔 TV 등을 관할하는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업 파트와 휴대전화 사업 등을 담당하는 정보통신 총괄 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국세청 압수수색 영장 발부=특검팀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등 이 회장 일가의 납세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특검팀이 지난주 국세청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국세청이 “개인금융자료가 포함돼 있어 관련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명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 외에 이 회장 가족들의 개인 금융계좌에서도 차명 자금 관련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을 ‘e삼성’ 사건의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과 이지섭 삼성코닝 부사장 등 6명은 차명계좌 명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