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0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아파트에 사는 황모(49) 씨는 두 딸과 아내에게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고 변두리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오자”고 말했다.
두 딸은 집 근처 중고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족 나들이를 할 때에도 주로 승용차를 이용했다. 이런 그들에게 시내버스 나들이는 색다른 경험이다.
○ 편안함과 여유
우선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이는 대전시청 인터넷홈페이지 시내버스 정보(traffic.metro.daejeon.kr)로 해결했다. 목적지를 계룡산 자락 수통골로 정했다.
홈페이지에서는 몇 번 버스가 수통골까지 가는지, 근처 정류장은 어디인지, 버스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려주었다.
가장 가까운 대전시교육청 옆 아이빌딩 앞 정류장으로 갔다. 5분 걸어 정류장에 도착하자 버스정보안내기가 기다리고 있다. ‘노선 103번, 종착지 수통골, 통과지점 목련아파트 앞, 시간 2분’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다. 잠시 후에는 ‘103번 버스가 진입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까지 나왔다.
버스는 과거의 모습과 달랐다.
운전사의 밝은 표정, 깔끔하게 청소된 실내….
버스는 정부대전청사를 지나 대덕대교∼국립중앙과학관을 거쳐 충남대 쪽으로 향했다.
황 씨는 “운전하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길가는 사람들의 표정, 건물 간판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며 “창밖에 펼쳐진 갑천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버스는 충남대∼장대 사거리∼한밭대를 거쳐 25분 만에 종착지인 수통골에 도착했다.
겨울 산의 공기를 한 시간 정도 만끽하고 내려오자 주변에 음식점이 즐비하다. 유황오리, 토종닭, 참숯불갈비, 뽕잎두부, 꺼먹돼지, 간장게장…. 간판만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메뉴는 오리로 정했다. 운전 걱정이 없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맥주도 마셨다.
귀갓길에는 버스 뒷좌석에 가족 4명이 나란히 앉았다. 바깥 풍경과 어우러진 아내의 얼굴을 모처럼 여유 있게 볼 수 있었다.
“이젠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대전 변두리에 나가 볼 생각입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는 테마기행, 홀가분하고 경제적이지 않습니까.”
○ “시내버스를 탑시다”
지난해 4월 대전지하철 1호선 완전 개통 이후 900여 대에 이르는 대전 시내버스 이용객이 조금씩 줄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전시민 147만 명 중 39만 명(26.5%)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서민과 노년층, 학생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
하지만 대전 시내버스가 안고 있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노선 부족과 긴 운행시간, 기다리는 시간 등은 여전히 시민들의 불편사항이다. 또 업체의 만성적인 적자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대전버스운송사업조합 김현하 상무이사는 “시민들이 자가용 대신 버스를 많이 이용해 주는 것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한선희 대중교통과장도 “시내버스 이용이 활성화될 경우 각 가정은 교통비를 줄일 수 있고 시 전체로는 교통체증 해소와 대기오염 감소 등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많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 게재됩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게시판 (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22일에는 대전대∼수통골을 운행하는 103번 버스와 수통골이 종착지인 115번, 117번, 133번 노선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공동기획: 대전시·대전버스운송사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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