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단+SUV=EX35’
인피니티가 최근 신(新)모델로 내놓은 크로스오버차량(CUV) ‘EX35’에 대한 가장 간단한 표현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본래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한 것을 뜻하지만 EX35처럼 그 의미가 딱 들어맞는 CUV는 드물다.
인테리어는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스포츠세단인 G35와 흡사하다. 럭셔리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행성능도 G35의 스포티함을 그대로 승계했다. 3.5L급 302마력 엔진은 EX35의 차체를 정지상태에서 출발 후 7초 만에 시속 100km에 올려놓았다. 그대로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있으며 시속 200km는 쉽게 넘어버린다.
그 이후부터는 약간 뜸을 들이며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하는 시속 230km까지 가속이 이어진다. 10년 전만 해도 SUV 스타일의 자동차가 이처럼 등을 떠미는 듯한 가속감을 주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EX35가 잘 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핸들링이 웬만한 일반 승용차보다 좋다. CUV들이 승용차 감각이라지만 연속으로 커브가 이어지는 길을 빠르게 주행하다 보면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폭이 승용차보다 커서 불안한 감이 없지 않은데 EX35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차체가 잘 따라오고 고속주행 중 차선 변경이나 커브길에 들어갈 때도 중형승용차 수준의 능력을 보인다. 4륜구동 시스템도 주행 안정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승차감은 거칠지도, 너무 물렁하지도 않은 ‘중용(中庸)’을 지키며 비교적 고급스럽다. 각종 소음도 잘 절제돼 운전이 편안한 편이다. 차체의 높이가 SUV보다 낮아 승하차가 불편하지 않다. 치마를 입은 여성들도 타고 내리기 쉬울 것 같았다.
EX35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은 주차 때 마치 인공위성에서 차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주변상황을 보여 준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지만 적응되면 일반 후방카메라에 비해서 정밀하게 차를 주차선에 넣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지는 않다. 닛산의 3.5L급 차종들이 경쟁 모델에 비해 시원한 달리기 성능을 보이지만 그 만큼 연료계의 바늘도 빨리 떨어진다. 다른 일본 브랜드들도 그렇듯이 디젤모델이 없는 것도 아쉽다. 판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547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