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은 물론 원자재 값 상승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업계가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선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새차 가격을 내린 수입차업체들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국내산 자동차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는 분석과 함께 자동차 값에 끼여 있는 거품이 사라지는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자 내놓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유가 어찌됐던 간에 소비자들은 즐겁게 됐다. 평소 눈여겨본 자동차를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
○수입차는 가격 인하 전쟁 중
볼보는 최근 2008년형 S80을 새로 내놓으면서 가격을 기존 2007년형보다 820만 원 내렸다.
아우디도 A4 가격을 2.0 TFSI는 250만 원, A4 2.0 TFSI 콰트로는 370만 원 각각 내렸다.
성능과 옵션이 향상된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값을 올리지 않아 ‘사실상 인하한 셈’이라고 밝히는 업체들도 있다.
혼다는 뉴 어코드를 기존 어코드와 같은 값에 내놓았다. 크라이슬러도 2008년형 300C의 편의장치는 높이면서 가격은 동결했다.
자동차 가격 인하 경쟁은 BMW가 지난해 5월 베스트셀링 모델인 528i의 값을 25%가량 내리면서 시작됐다. BMW 528i는 가격 인하 효과로 판매량이 늘어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기폭제가 됐다. BMW의 판매 신장에 자극을 받은 다른 수입차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내린 것.
여기에다 지난해 11월부터 수입차 직수입 사업에 뛰어든 SK네트웍스가 공식 수입업체보다 싼 가격에 차를 내놓은 것도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겼다.
○국산차도 인하 움직임
기아자동차는 최근 국내 고급차 부문 판매 1위인 ‘오피러스’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기존 오피러스 GH270은 기존 ‘고급형’과 ‘고급형 럭셔리’의 세부 모델을 ‘스페셜’ 및 ‘스페셜 럭셔리’로 변경하면서 가격을 300만 원 정도 내렸다. 이에 따라 오피러스 GH270 스페셜의 가격은 3220만 원으로 기존 고급형에 비해 275만 원 싸졌다. 스페셜 럭셔리도 3520만 원으로 기존 고급형 럭셔리에 비해 325만 원 낮게 책정됐다.
GM대우자동차도 최근 경차 ‘마티즈’ 가격을 내렸다. 기존 사양을 손대지 않고 최대 53만 원을 인하한 것.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차량 가격은 마티즈 시티 623만 원, 조이 714만 원, 슈퍼 753만 원으로 조정된다. 특히 마티즈 출시 10주년을 맞아 2월 한 달간 구매고객에게 51만 원 상당의 차량 에어컨과 11만 원 상당의 후방 주차보조 센서를 무상 제공할 계획이어서 인하폭은 최대 115만 원에 이른다.
기아와 GM대우가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한 만큼 아직 가격을 내리지 않은 현대자동차나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도 가격 인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동차 가격 인하 현황(단위:만 원) | ||||
시기 | 모델 | 인하폭 | ||
2007년 5월 | BMW 528i | 1900 | ||
9월 | 재규어 S타입 3.0폴크스바겐 골프 2.0TDI | 630500 | ||
10월 | 폴크스바겐 제타 2.0TDI | 300 | ||
11월 | 사브 뉴9-3 에어로재규어 X타입 2.5BMW 320i | 9601000340 | ||
12월 | 사브 뉴9-5 에어로 | 1560 | ||
2008년 1월 | 볼보 뉴S80 3.2아우디 A4 2.0 TFSI 콰트로기아 오피러스 GH270GM대우 마티즈 | 820370275∼32515∼53 | ||
2월 | 아우디 A8L 4.2FSI 콰트로 | 380 | ||
편의장치를 줄여 가격을 인하한 모델 포함. 자료: 각 회사 |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