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숨은 VIP를 모셔라”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상위 1% 집중하던 VIP마케팅에 새 바람

중간급 고객들에도 최우수고객 혜택 ‘맛뵈기’

마케팅 세분화… 기존 VIP엔 등급상승 효과도

40대 직장 여성 김모(서울 강동구 천호동) 씨는 요즘 현대백화점 천호점을 자주 찾는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장과 집 주변의 백화점을 두루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이 백화점에서 무료 주차권과 VIP라운지 이용권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현대백화점이 한 해 1000만 원 정도 물건을 사는 김 씨를 ‘잠재적 VIP 고객’으로 분류해 혜택을 준 결과다.

상위 1% 고객(구입 금액 기준)만을 대상으로 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에 주력하던 백화점들이 ‘숨은 VIP’를 잡기 위해 차상위 계층 고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기존엔 年3000만 원 넘게 사야 VIP

백화점들은 보통 연간 3000만∼3500만 원 이상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초우량 고객 마케팅’을 해 왔다. 주차 대행과 전용 라운지 이용 서비스는 기본이고 패션쇼와 공연 초대권, 해외 여행권도 준다. 상시 할인 서비스는 물론 요즘엔 재테크 컨설팅이나 이브닝 파티에까지 초대한다. 백화점들이 ‘소수 마케팅’에 집중한 이유는 상위 1% 고객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상위 고객의 바로 아래 단계인 차상위 고객도 소홀히 하면 당장 매출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다. 이들은 여러 백화점을 나눠 이용하거나 특정 상품을 구입할 때만 백화점을 찾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구매력에 비해 돈을 덜 쓰는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공을 들이면 ‘VVIP’가 될 수 있는 계층이다.

현대백화점이 무료 주차권 등 기존 VIP급 이상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의 일부를 이런 ‘중간 VIP’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숨은 VIP’를 회사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도 최상위 계층인 MVG 고객 바로 아래 단계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주차권과 VIP라운지 이용권, 기념일 선물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레스토랑 이용권과 할인 혜택으로 이들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 年800만∼1500만 원 소비하면 ‘숨은 VIP’

백화점들은 잠재적 VIP를 관리하기 위해 VIP 고객의 등급을 세분화하고 범위도 넓혔다.

신세계백화점은 구입 금액에 따라 트리니티-퍼스트-아너스-로열로 VIP고객을 세분화해 놓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프레스티지-크라운-MVG로 VIP고객을 나눴다. 현대백화점은 재스민-플래티넘으로, 갤러리아백화점은 스타-프레스티지-SVIP-VIP로 우량고객을 관리한다.

백화점의 고객 세분화 전략은 고객의 ‘업그레이드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VIP’는 연간 800만∼1500만 원어치를 구매하는 고객층으로 ‘숨은 VIP’로 분류되는 계층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박용범 고객관리팀장은 “VIP층에 대해 집중 마케팅을 한 결과 2006년 VIP 가운데 13%가 지난해 한 단계 위의 등급인 SVIP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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