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온도를 찾아라.’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식품업계와 외식업계가 최적 온도를 강조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제품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적정 온도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이른바 ‘온도 마케팅’이다.
○ 식품 외식업계 ‘온도 마케팅’
CJ제일제당은 최근 간장이 가장 잘 숙성되는 온도라는 ‘32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해찬들 맛있는 숙성온도 32° 숙성 간장’을 내놓았다. 간장 원액을 숙성시키는 6개월 기간 중 4개월 동안 콩이 발효되는 적정 온도인 32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CJ제일제당은 또 냉동만두 제품 포장에 ‘급속냉동’ 이라는 표시를 붙여놓았다. 만두를 영하 30도 이하에서 15∼25분 동안 얼려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렸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 회사 신선사업부 한상욱 부장은 “냉동제품은 신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급속냉동 마크를 포장지에 붙였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냉장주스인 ‘아침에 주스’의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5도 이하에서 유통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5℃ 아침에 주스’라는 광고 카피를 쓰고 있다.
외식업계도 온도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한국피자헛은 가정에 배달된 피자가 적정 온도 이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환불해 주는 ‘핫 앤드 온 타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 앞에서 피자 배달원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카드를 피자 상자 바닥에 대 제품 온도를 알려준다. 상자 온도가 약 45도일 때 카드에 나타나는 ‘핫(hot)’ 표시가 나타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 준다.
진로는 자사(自社) 소주를 팔고 있는 업소에 ‘참이슬 후레쉬’ 로고가 새겨진 보랭(保冷) 덮개 5만 개를 뿌렸다. 진로 마케팅담당 김정수 상무는 “잠수복에 쓰이는 네오플렌 소재로 만든 덮개를 소주병에 씌우면 미지근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숫자로 제품 장점 쉽게 알려
화장품 업계도 온도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 37’을 내놓았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50여 가지 식물을 37도에서 약 3년 동안 자연 발효시킨 화장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김병열 브랜드매니저는 “자연 발효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발효 온도를 제품 이름으로 썼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동훈(경영학) 교수는 “간단한 숫자로 제품의 장점을 쉽게 알릴 수 있어 기업들이 특정 온도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