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테러 위험에 콧수염 기르고…‘삼성맨 20년’ e메일 화제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폐렴에 걸려 담배를 끊었더니 대부분 골초인 일본 영업맨과 진솔한 대화가 단절됐다. (결국) 업무 위해 다시 피우게 된 담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국인 테러가 빈발할 때 콧수염을 3개월간 길러 이슬람교도로 행세했다. 테러범보다 군인들의 오발 사격이 더 걱정됐다.’

최근 삼성전자를 퇴직한 K(48) 전 부장은 ‘삼성맨 20년’ 동안 겪은 이런 일화 38개를 A4용지 4장에 정리해 사내(社內) 지인들에게 e메일로 보냈다.

이 e메일을 받은 K 전 부장의 후배들이 “대한민국의 선배들이 얼마나 뜨거운 투지와 열정으로 쉼 없이 부지런히 뛰어왔는지 느껴진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e메일 전달 릴레이’를 하기도 했다.

K 전 부장은 e메일에서 거래를 따내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겪고 때론 목숨도 위협받았던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일본 거래처가 ‘순수 오사카(大阪) 출신 가수 노래 3곡을 부르면 (삼성 제품을) 주문하겠다’고 해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 2만 대의 TV 발주에 성공했다.”

“(삼성의 거래처인) 한 중동국가 국왕의 삼촌 회사가 장사를 못해 거래처를 교체하려 하자 ‘당신,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그냥 사라질 수 있어’라고 협박을 받았다. 그래도 (거래처를) 바꿨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산업의 역군’으로서 느꼈던 보람도 소개했다.

“중동 근무할 때 관할국 한국 대사님들이 ‘삼성 주재원은 한국 대사 다음의 지위’라고 치켜세워 주실 때마다 마음이 우쭐해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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