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작무스 지분 헐값 매각’ 의혹 조사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운영했던 세계 10위 구리 채광 및 제련업체 ‘카작무스’의 지분 헐값 매각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최근 국세청에 카작무스 전 대표 차용규(52) 씨의 납세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삼성물산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점장 출신인 차 씨는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이 매각한 지분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인수한 뒤 2005년 10월 런던증시 상장으로 1조 원대 매각 차익을 남겼다. 이 덕분에 2007년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자 1000명’ 중 754번째에 올랐다.

특검팀은 2004년 8월 삼성물산 등의 카작무스 지분(24.77%) 헐값 매각과 차 씨의 지분 인수 및 카작무스 런던증시 상장 뒤 지분 매각 경위 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카작무스가 2004년 6월 런던증시 상장 계획을 발표한 뒤 2개월 만에 삼성물산 등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헐값에 모두 매각한 이유와 매각 상대방이 차 씨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당시 매각 금액은 모두 1억 달러, 주당 매각 가액은 1만9051원이었다. 이는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4만9617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2004년 전반기 카자흐스탄 증시에서의 평균 거래가격(3만 원)에도 밑돌았다.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은 당시 이 거래로 각각 212억 원, 119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카자흐스탄에선 1대 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2대 주주인 삼성 지분이 언제든지 휴지가 될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철수한 것”이라며 “우리가 철수할 때 1대 주주가 차 씨에게 남아서 경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그런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는 손해를 안 보고 빠져나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특검팀은 최근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 등 5개 계열사의 법인세 납세자료 등을 국세청에 요청했고, 세무사 3명도 수사관으로 충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차명계좌 수사를 위해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카작무스 사건: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운영했던 세계적 구리 채광 및 제련업체의 명칭. 당시 삼성물산과 삼성홍콩은 2004년 6월 런던증시 상장계획을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카작무스 지분 24.77%를 시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모두 매각했다. 카작무스는 2005년 10월 런던증시 상장으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 됐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돼 왔다. 매각 상대방은 삼성물산 임원이었던 차용규 씨였으나 지금 행적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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