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신용대출을 확대하려는 것. 정부의 규제를 받는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을 피해 은행들이 신용대출 쪽으로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은행들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은행들이 큰 피해를 봤을 때 개인고객 위주로 영업하던 국민은행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 은행들은 너도나도 국민은행처럼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금융의 비중을 늘렸다.
이에 따라 2002년 말 131조 원이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6년 200조 원을 넘어섰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2006년 6월 주택담보대출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은행들에게 보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일시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던 고객들까지 큰 불편을 겪었다.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그만둔 은행들은 같은 해 하반기(7∼12월)부터 역시 일제히 중소기업대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중소기업대출이 급증했고 이에 따른 위험신호가 나왔다.
또다시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 자제를 요청하자 지난해 말 은행들은 한꺼번에 중소기업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신규 대출은 물론이고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연장도 어려워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은행권의 ‘쏠림 현상’이 대출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다수의 은행이 신용카드 시장에서 심한 경쟁을 벌였고 올해 초부터는 거의 모든 은행장이 해외부문과 투자은행(IB)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은행들이 돈 벌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차별화된 성장전략 없이 다른 은행이나 감독 당국의 눈치만 보며 몰려다니는 모습을 바람직하게 보기는 어렵다. 국내 은행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 독자적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시장을 선진화하는 모습은 언제쯤 보게 될까.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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