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디자인 클리닉]저축은 엄두도 못 내는 기러기 아빠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6분


Q. 열 살 난 딸아이와 아내를 지난해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43)입니다. 정유회사에서 중간 간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시가 6억 원가량 하는 132m²(40평)대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고, 아내와 딸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50만 달러(약 4억7500만 원)짜리 집을 장만해 줬습니다.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과 정기예금이 있었지만 미국에 집을 사면서 모두 처분해 지금은 변변한 금융자산이 없는 상태입니다. 월 급여는 400만 원 정도 되며 제 용돈과 아파트 관리비 등으로 쓰는 100만 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내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 둔 집의 가격이 최근 많이 떨어졌고 ‘두 집 살림살이’를 하느라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어 은퇴 이후가 많이 걱정됩니다.

A. 최근 기러기 아빠들의 상담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들에게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러기 아빠들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세심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제안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내용
적립식△개인연금 펀드 월 30만 원
△국내 주식형 펀드 월 30만 원
거치식△국내 주식형 펀드 1억 원
△주가연계증권(ELS) 3000만 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2000만 원

○ 작은 아파트로 옮겨 투자금 확보

상담자는 운용할 수 있는 현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금은 자산이 모두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에 묶여 있고, 월 급여도 대부분 생활비로 송금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부의 노후 준비를 위한 현금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혼자 살기 너무 넓은 132m²(40평)대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작은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파트를 파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서울은 3년 이상 보유하고 보유 기간 중 2년 이상 거주)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매도보다는 전세를 주고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1억5000만 원 정도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국내 주식형 펀드에 1억 원, 주가연계증권(ELS)에 3000만 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2000만 원씩 나눠 투자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주가가 떨어져 매력적인 가격대에 있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MA에 넣어 두는 2000만 원은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준비를 통해 부부의 노후 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송금액 줄이고 연금 펀드 활용

매달 미국으로 송금하는 액수도 다시 고려해봐야 합니다. 자녀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부부를 위한 투자까지 균형 있게 생각해야 하니까요. 자녀를 해외에 보낸 분들은 대부분 ‘최대한 많이’ 송금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 유학이 1, 2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미국에 있는 부인이 현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상담자의 상태는 부부의 노후 대비를 위해 이런 점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0세 딸아이가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유학한다면 그때쯤 상담자는 사실상 은퇴 연령에 이르게 됩니다.

그때까지 지금과 같은 현금 흐름을 유지한다면 부부가 여유로운 노년 생활을 설계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송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 펀드에 매달 30만 원을 넣고, 가치주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매달 30만 원을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손현준 삼성증권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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