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하나銀에 뒤늦은 과세 논란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6분


《재정경제부가 2002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이 세금 감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법인세를 깎아 줬다는 해석을 내림에 따라 하나은행이 총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물게 됐다. 재경부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이 법인세법에서 금지하는 ‘역(逆)합병’에 해당하는지를 물은 국세청의 질의에 “역합병이 맞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 같은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2002년분 감면 세액 1983억 원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하나은행 측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과세 고지서가 오면 납부한 뒤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5년 전에 끝난 합병에 대해 뒤늦게 내려진 과세 조치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부 “두 은행은 특수관계”

역합병의 요건은 △적자회사가 흑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합병 후 흑자회사의 법인 명칭을 쓰고 △합병 당사자가 특수 관계인이어야 한다는 3가지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한 2002년 당시 적자였던 서울은행이 주체가 돼 하나은행을 합병했으며, 이후 은행 명칭을 하나은행으로 한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논란이 되는 것은 두 은행이 특수관계에 있는지다. ‘제3자가 두 은행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면 특수관계로 본다’는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라 이를 판가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2002년 합병을 주관한 예금보험공사가 당시 서울은행 지분 100%와 하나은행 지분 35.04%를 보유했던 만큼 예보를 매개로 두 은행은 특수관계였던 것으로 봤다.

재경부 당국자는 “당시 예보가 보유한 하나은행 지분이 전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였지만 우선주도 발행 주식에 포함되므로 특수관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특수관계 아니다”

이런 재경부의 해석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예보가 보유했던 하나은행 지분은 환매 조건이 붙어 있는 우선주인 만큼 주권이라기보다는 채권의 성격이 짙다”며 “채권을 지분 산정에 포함해 특수관계인으로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또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지방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하나은행이 옛 충청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의 우선주 4728억 원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만큼 이 우선주를 일반 지분처럼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금은 이런 형식의 우선주 발행이 금지돼 있고 당시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우선주 발행을 허용했던 만큼 하나은행에 법인세 감면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재경부 세제실과 국세청 고문변호사인 유철형(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조차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하나은행 측은 합병 당시 법인세 감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법인세를 추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측은 “2002년 8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문에 ‘예보는 하나은행과의 (서울은행) 본계약 협상 때 법인세 감면 효과 등을 감안해 인수가격 등 모든 인수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써 있다”며 “(하나은행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반영해 합병 가격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금융 발전에 부정적 영향

이번 재경부의 해석과 관련해 금융계 전문가들은 “금융과 자본시장이 발전하려면 금융회사 간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가 필수인데 이번 조치로 합병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하나은행의 1년 순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면 하나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세금을 1조 원 내면 하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역합병

실제론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을 인수하면서도 마치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을 합병하는 것처럼 조작해 세금을 면제받는 행위다. 일반적인 합병의 경우 적자기업의 결손금을 합병 후 승계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역합병으로 판정되면 세금 혜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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