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엔 원유 수요 줄어들어
일부선 “단기 악재” 점치기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미국의 경기침체, 국제유가 급등….’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연이은 악재에 울고 있다. 20일 증시에 전해진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소식은 전날 1,700 선 재진입으로 간신히 회복된 투자 심리를 싸늘하게 식혔다.
국내외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마저 높아짐에 따라 당분간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고유가로 기업이익 줄듯
증시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을 넘은 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동부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주식시장에 악영향이 온다. 금리가 오르면 금리에 연동되는 채권과 예금 등 이자수익률이 높아져 돈이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는 것. 이처럼 금리 상승과 주가는 역(逆)의 관계가 성립한다.
유가 상승은 기업 이익에도 마이너스다. 유가 상승은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기업들이 제조원가의 상승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한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면서 “이는 기업이 부담하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며 곧 기업이익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5.9%,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로 생산자 쪽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였다.
○ 업종 간 희비 엇갈려
하지만 앞으로 유가 급등이 증시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SK증권 송재혁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4∼6월)는 전통적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여서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오래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곡물, 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유가 급등은 3월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에서 석유 감산(減産)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국제 원유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크다”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 급등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에 따라 유가 급등의 영향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항공, 해운업체와 원유를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종은 피해가 우려된다.
반면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대체에너지 관련주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 고유가로 석유시추선 등의 발주가 늘어나면 조선주 역시 혜택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