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터(IA)’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엔샵605’의 학생들은 17일(현지 시간) 기자에게 이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지난해 MS ‘이매진컵’ 서울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엔샵605팀은 이달 4일부터 현지에서 5개 다른 나라 대표팀 학생들과 강도 높은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본보 20일자 A33면 참조
美투자자들, 한국 젊은 IT기술에 “원더풀”
수업 내용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들은 “첫 일주일은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며 고개를 숙이더군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묻고 싶은 말도 많은데 영어가 안 되니까 미치겠어요. 수업 내용은 솔직히 반도 이해 못하겠고….”
이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국가 간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대비해 발표 대본과 질의응답 예상 자료를 달달 외워 평가를 받고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사람들의 질문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고, 질문을 잘못 이해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아는 내용도 단답형으로밖에 대답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 애들요? (영어가 모국어인) 아일랜드, 자메이카는 그렇다 쳐도 태국, 폴란드, 멕시코 애들도 어찌나 영어를 잘하는지 부럽기만 했어요.”
이어 “솔직히 ‘공대생이니까 적당히 토익 점수나 따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되지’ 하고 생각한 것이 부끄럽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했습니다.
엔샵605팀은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19일 최종 평가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1등 팀으로 선정됐습니다.
MS 측은 “기술의 혁신성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고,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팀이 보여 준 놀라운 발전과 열의, 성실성은 감동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가진 것의 10분의 1밖에 보여 줄 수 없었는데도, 세계는 한국 학생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에 감탄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학생이 살아 있는 영어 교육을 통해 ‘날개’를 달 수 있다면, 세계를 무대로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샌프란시스코 임우선 기자 산업부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