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서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크게는 5억 원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 142m²는 최근 1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수요자들이 부르는 가격은 19억5000만 원을 밑돈다. 그러나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은 23억 원으로 실거래가 또는 매수자 호가(呼價)와 매도자 호가의 차이가 3억5000만 원에 달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m²는 이달 중순 9억8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매도자는 11억 원 선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에서도 110m² 기준으로 실거래가와 매도자 호가의 차이는 5000만∼1억5000만 원 선이다.
매도자 호가와 매수자 호가의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은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마포구 공덕동 등에서도 110m² 기준으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 차이가 3000만∼1억 원으로 벌어졌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부동산연구실장은 “팔 사람은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과 세금 인하 등을 기대해 호가를 올리고, 살 사람은 규제 완화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매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호가 격차가 벌어지면서 거래는 거의 끊긴 상태다.
압구정동 K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이따금 나오는 매물도 시세에 비해 호가가 너무 높다”고 설명했다.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이 실거래가를 크게 웃돌면서 시세 착시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와이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매물이 귀할 때는 수요자들이 조급해져 매도 호가를 실거래가로 생각하기 쉽다”며 “서두르지 말고 급매물을 기다려 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