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임원협의회 소속사 임원들이 SK텔레콤의 ‘사회적 책임’(CSR) 실천 사례를 배우기 위해 온 것이다.
매달 열리는 기업윤리임원협의회 회의는 그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지만, 앞으로는 벤치마킹 대상 기업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최근 ‘바른생활 기업 만들기’가 화두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가운데 반(反)기업 정서를 없애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전경련 측은 “기업이 솔선수범해야 국민들도 친기업 정책을 수긍해 사회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이를 올해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여느 대학 수업과 다름없이 진지하게 진행됐다.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의 세전(稅前) 이익 대비 사회공헌기금 지출 비중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보다 높은데도 기업호감지수는 떨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해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직원 중 ‘윤리경영 에이전트’로 55명을 선정해 ‘윤리적인 리스크’가 높은 업무를 가려내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막는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240여 개 팀 가운데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팀, 오존층 파괴물질과 연관된 팀, 분식회계나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는 팀 등 30여 개 팀을 골라 ‘특별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남 부사장은 “직원들이 승진했을 때 협력사들로부터 축하 화분을 받으면 사내(社內) 판매를 통해 기부하고, 청각·언어 장애인 전용 ‘손사랑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사업과 직접 연관된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참석자는 허인철 신세계 부사장, 김재익 신한은행 준법 감시인, 김태후 현대중공업 상무, 임영철 현대자동차 상무 등 모두 33명. 당초 참석하기로 한 사람이 35명이었으니 결석률이 5%에 그친 셈이다.
한 기업 임원은 “예전처럼 거액의 돈을 쾌척하는 게 사회적 책임의 전부라고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도 사회적인 시민으로 거듭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윤리임원협의회 회원들은 4월 미국에 가서 제약회사 화이자, 컨설팅회사 IBM, 운송회사 UPS 등의 사회적 책임 실천사례도 배울 계획이다.
성남=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