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웹 브라우저로 1990년대 시장을 장악했던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Navigator)’가 약 20년 만에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고 합니다.
1998년 넷스케이프를 인수해 운영해 온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은 다음 달 1일부터 내비게이터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외신들은 ‘공식적인 죽음(The Official Death)’이라며 이 소식을 전했죠.
내비게이터는 1990년대 하반기부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밀리며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MS는 모든 PC에 윈도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익스플로러를 ‘묶어 팔기’ 하며 시장을 장악했죠. “독점력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며 뒤늦게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제지를 당했지만 내비게이터를 살리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MS가 밀어온 차세대 DVD 표준기술 하나가 운명을 다해 간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습니다.
MS는 일본 소니의 ‘블루레이 디스크’ 방식에 밀려 자리를 잃은 차세대 DVD 표준인 ‘HD-DVD’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MS는 HD-DVD를 자사(自社)의 게임기인 ‘엑스박스360’에 탑재해 팔아 왔죠. 이를 계기로 모든 가정 내의 DVD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보였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는 MS가 PC의 운영체제(OS)인 윈도를 지원군으로 동원해 승리했지만 DVD플레이어 전쟁에서는 대형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물론이고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등이 모두 MS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비정한 ‘표준 전쟁’의 단면입니다. 밀려나면 시장도 잃고 동시에 소비자도 모두 잃게 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인가 봅니다.
‘내비게이터’와 ‘HD-DVD’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그나마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강자라고 해서 항상 승리하지도 않고, 약자라고 해서 항상 패배하지도 않는 시장의 힘을 다시금 입증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김용석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