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사실상 마무리…경제부처들 구조조정 눈앞

  • 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0분


“감축 인원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합칠 때보다 감원 폭이 더 큰 것 같다. 작년 평가 결과가 나빠 불안하다.”(재정경제부 A 관료)

“부처 대이동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이삿짐 쌀 일이 막막하다. 당분간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공정거래위원회 B 관료)

행정자치부는 각 부처와 협의한 직제 개편안을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함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된 서류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젠 실제 사람을 자르고 재배치하는 일이 남았다. 공무원사회에 구조조정 태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이다.

○ 국토해양부 “울고 싶어라”

정부조직 개편에서 2개 이상 부처가 합쳐지는 통합 부처는 영향력이 커지는 대신 많은 인원을 잘라야 한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를 통합하는 국토해양부는 종전 인원을 그대로 합치면 6400명이나 된다. 하지만 ‘경제규제 50건당 1% 감원’ 등 감축 규정을 적용받아 600명가량이 초과 인원으로 남게 됐다. 감원 대상이 가장 많다.

건교부는 당초 ‘필요한 규제도 많은데 일률적으로 감원 규정을 적용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을 행자부에 제기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치는 기획재정부도 200명가량 감축해야 한다. 2명이던 차관보가 1명으로 줄어 1차관보 2관리관 3실 체제로 개편되면서 통합 대상 부서의 감원 규모가 커졌다. 특히 고위 공무원 자리가 많이 줄어 국장급 이상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4개 부처가 통합된 행정안전부는 3000명이 넘는 직원 중 10% 정도를 줄여야 한다.

통합 대상에서 빠진 부처는 대체로 감원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통일부는 30%가량의 인원이 감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 인력 290명 가운데 80명이 줄어든다.

○ 선별 기준 오리무중

공무원들은 감원 기준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감원 규모를 정할 때는 기획이나 총무 등 부처별로 중복돼 있는 부서 정원을 대폭 줄이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이 있었지만 실제 감원 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은 아직 없다. 인사평가 자료가 있지만 ‘중복 부서 인력을 우선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명 이상을 감축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직무능력과 다면평가 결과 등을 두루 고려할 방침이다. 산업자원부는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공단에 규제개혁 지원 인력을 보낼 계획이다.

○ 주말부터 부처 사무실 이동 시작

장관 취임 후 인사가 나기까지는 2주 이상 걸려 업무 공백도 불가피하다.

우선 직제 개편안이 27, 28일경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당장 이번 주말부터 부처별 사무실 이동이 시작된다. 사무실을 비우는 부처와 새로 입주하는 부처 간의 시차 조정도 쉽지 않아 이사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감축 대상 기준을 정한 뒤 실제 인사를 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관 1급(관리관) 2급(이사관) 등 순서대로 인사를 하다 보면 3월 중순경에나 전체 인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병윤 건교부 총무팀장은 “고위 공무원 인사는 검증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하루빨리 인사가 마무리돼 안정된 마음으로 일을 하길 원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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