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금호읍에서 돼지 2500마리를 키우는 김성곤(61) 씨는 27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 월 5000만 원가량 들어가던 사료 값이 현재 월 6500만 원가량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대한양돈협회 경북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비상처방으로 정부가 1조 원을 축산농가에 빌려줄 예정이라고 하지만 담보가 마땅치 않아 그림의 떡”이라며 “자연재해 때처럼 융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당장 급하다”고 말했다.
옥수수를 주 원료로 하는 소, 돼지, 닭 등의 배합사료 가격이 지난해부터 크게 오르면서 경북도내 축산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북은 사육 중인 한우가 49만 마리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축산 규모가 매우 크다. ▶표 참조
국제 옥수수 가격은 2005년 t당 88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165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옥수수를 바이오에너지로 많이 활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옥수수와 함께 사료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콩의 국제가격도 바이오 에너지 생산이 늘고 중국의 사료 수요 증가 같은 이유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도 사료 가격이 2, 3차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할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볏짚 같은 조사료(풀로 만든 사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한우 농가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에서 한우 300마리를 키우는 전영환(57·전국한우협회 경북지회장) 씨는 “지난해 월 1200만 원가량 들어가던 사료 값이 지금은 2000만 원 정도로 급증했다”며 “사료 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경북의 한우농업이 무너지면 경북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생길 것”이라며 “조사료 단지라도 빨리 조성해 사료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료 값이 뛰면서 일부 사료공장은 축산농가에 외상 거래를 중단하거나 판매를 꺼리기도 해 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도는 연일 대책회의를 열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돼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는 배합사료(옥수수 등을 가공해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료) 대신 한우 농가를 위한 조사료 공급을 위해 올해 상주시 함창읍에 100ha 규모로 호밀과 청보리 등 조사료 재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북도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논을 사료 재배지로 전환하는 등 사료 공급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배합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축산농업 현황 | |||
구분 | 농가(가구) | 사육 규모 | 비고 |
한우 | 4만728 | 49만1146마리 | 전국 1위(24.2%) |
젖소 | 803 | 4만4329마리 | 전국 3위(9.8%) |
돼지 | 1222 | 141만7471마리 | 전국 3위(14.8%) |
닭 | 892 | 2500만6388마리 | 전국 2위(20.9%) |
2007년 12월 기준 |
조사료 공급 확대 계획 | ||
내용 | 사업 규모 | 사업비(원) |
친환경조사료 생산단지 조성 | 100ha | 3억 |
벼농사 연계 조사료 생산 | 1445ha | 25억500만 |
사료작물 재배단지 조성 | 75ha | 7억3000만 |
사료작물 재배 확대 | 청보리 등 5종 | 37억4000만 |
사료 가공처리 확대 | 발효먹이 등 | 10억9500만 |
조사료 가공시설 설치 | 상주시 1곳 | 9억 |
자료: 경북도 축산경영과 |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