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재경차관 ‘반성 퇴임사’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28년 공직생활을 마치며 다섯 가지 반성으로 이임사를 대신하려 합니다.”

29일 교체된 각 부처 장관들의 이임사 중에서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1차관의 말이 화제가 됐다. 재임 시 업적을 은근히 내세우는 통상의 이임사와 달리 자기비판이 주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은 우선 “고령화, 저출산, 기후변화, 지식정보화 등 국민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미래 과제에 대해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최고의 용(龍) 전문가로 자처하며 집 내부를 용 그림으로 꾸몄지만 막상 용이 내려오자 기절했다는 중국 섭공(葉公)의 우화를 소개하며 “미래 과제에 대응하는 노력이 섭공 수준은 아니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중세의 회계사들은 교회가 숫자 ‘0’의 사용을 금지하자 ‘교회의 재산 관리에 도움이 된다’며 사제들에게 ‘0’을 사용할 것을 설득했다”며 “이해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된 정책이 있었다면 이는 나의 발상 전환이 미진한 탓”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차관보 시절의 8·31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한 데 대한 회한처럼 들리는 대목이었다.

그는 또 “미국의 뉴욕, 아일랜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도 통할 만한 초일류 정책을 몇 개나 기안했는지 돌이켜보면 부끄럽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차관은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재경부 등을 거치며 금융, 부동산 분야의 굵직한 정부 대책을 도맡아 ‘영원한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관치 비판에 대해 “관(官)은 치(治)하려 있다”고 되받는 바람에 ‘관치 화신’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특유의 추진력과 기획력은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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