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세계속의 금융그룹으로”은행 업그레이드 잰걸음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4분


《금융산업의 대형화, 겸업화는 세계적 추세다. 한국에서는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금융회사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칸막이가 사라진 금융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한 ‘몸 만들기’를 서두르고 있다.》

○ 지주회사 설립 잇따라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사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공식 결의하고 지주회사설립 추진 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신용카드, 자산운용, 신탁, 보험, 증권, 투자금융업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서비스 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이 우선적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분야는 증권업과 소비자금융업이다. 이미 한누리투자증권과 지분인수 계약을 추진해 5일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도 받았다. 국민은행 측은 3월 안으로 인수작업이 최종 마무리되면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강정원 행장은 지난해 10월 기업설명회에서 “소비자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으며 지주회사 설립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이 계획은) 진행된다”고 말해 조만간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위험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 가겠다는 취지다.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통해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의 수요가 대출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개인자산관리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은행의 사업범위 역시 고객의 수요에 맞춰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1월 말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규 증권사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고, 상반기(1∼6월) 중 영업을 시작한다는 시간표를 짰다. 또 2010년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앞두고 각 기업의 퇴직연금보험 가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보험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최근 금융지주회사 설립 검토사실을 공개하고, 소매전문 증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 조직 간 시너지 창출이 관건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라인 업’을 완료한 금융 회사들은 계열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1년 4월 국내 처음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 우리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자산운용, 소비자금융, 보험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교차판매와 연계영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 간 상품개발 담당자들의 합동 근무를 실시하고 공동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의 비전으로 사내외에 ‘글로벌 경쟁력’을 제시하면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도 활발하게 나설 방침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01년 9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굿모닝증권, 제주은행, 조흥은행,신한생명, LG카드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왔다.

올해 경영계획의 골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새로운 수익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업 등 자본시장 관련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 이와 함께 퇴직연금 등 차세대 성장분야도 발굴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시너지의 핵심을 ‘고객 지향’에 뒀다. 이에 따라 그룹통합 고객관리마케팅을 활성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업무 영역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상품의 개발은 하나UBS자산운용, 하나캐피탈 등이 담당하고 판매는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이 나눠서 맡는 등 영역을 조정해 지주회사 내에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의 기존 점포를 합해 여러 계열사 상품을 한 곳에서 팔 수 있도록 만든 하나금융프라자를 토대로 영업망 통합 효과도 노리고 있다.

○ 금융지주회사제도도 손질

새 정부는 ‘시너지 극대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금융지주회사제도의 일부 문제점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 임직원의 겸직 제한, 자회사 간 거래 제한과 같은 규제 때문에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은행 지주회사와 비은행 지주회사 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똑같이 금융지주회사법을 일괄 적용하고 있는 점도 업계의 민원이 몰렸던 부분이다.

새 정부는 이런 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국정과제 가운데 ‘금융지주회사 및 일반지주회사 제도 개선방안’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금융 회사들의 지주회사 설립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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