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출총제가 폐지된다고 단기적으로 투자 확대 등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 제한이 사라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두 단체의 기업정책 담당자들은 △기업의 투자 시야(視野) 확대 △자산증가 속도 가속화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이 나타날 것으로 꼽는다.》
[1] 7개 그룹 투자 보폭 커지고
[2] 자산10조 돌파 속도 빨라져
[3] M&A시장 ‘고래 싸움’ 예고
○ 7개 그룹 25개 회사 적용 받아
박규원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출총제가 사라지면 투자 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출총제를 적용받던 대기업으로서는 투자 시야가 대폭 넓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출총제 적용 대상은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그룹)에 소속된 회사 가운데 자산 2조 원 이상인 회사.
현재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현대중공업 등 7개 그룹의 25개 대기업이 출총제를 적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들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들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는 등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계열사 등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해 왔다.
○ 신세계-LS그룹 자산 압박 벗어
출총제를 적용받는 기업뿐 아니라 적용받지 않는 기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출총제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투자를 자제하거나 자산 규모를 줄이는 등 보수적 경영 관행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출총제의 적용 기준이 자산규모 5조 원(기업집단 기준)이었던 2004년 4월 현재 자산규모가 4조 원대인 기업집단은 10곳이었고 이 가운데 7곳이 4조 원대 후반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출총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자산 한도를 넘기지 않으려고 투자를 자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게 전경련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출총제와 같이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규제가 사라지면 기업집단과 소속 회사별로 각각 자산 10조 원과 2조 원을 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을 발표할 때 자산규모가 9조9000억 원이었던 신세계와 LS그룹은 ‘자산 압박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인수합병 후보군 변화 예상
출총제 폐지는 앞으로 기업 간 M&A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뿐 아니라 다른 국내 회사에 대한 주식 취득 및 소유 제한이 풀리기 때문.
특히 올해에는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등 매머드급 기업의 M&A가 예고되고 있어 출총제 폐지 시점에 따라 이들 기업을 인수하려는 후보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관련 산업이 성숙단계에 들어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려는 기업일수록 M&A를 통해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