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묻지마 특허 출원’ 남발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정부 출연연구소-대학 연구개발 실적 채우기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이 연말에 연구개발(R&D) 실적을 평가하기 전에 ‘묻지 마 특허 출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이뤄진 출원이 특허로 등록되는 비율은 다른 기간에 비해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 20곳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소 20곳을 대상으로 업적 평가 기간 직전의 특허 출원 건수와 등록 여부를 6년간(2000∼2005년) 추적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4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특허청에 제출한 ‘직무 발명 활성화의 저해요인 분석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 출원을 연구 성과에 반영하는 BK21사업이 추진된 이후인 2004∼2005년 조사 대상 20개 대학에서 업적 평가 만료 직전 1개월간 평균 17.6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이는 1년 중 나머지 11개월의 월평균 특허 출원 건수(11.1건)보다 6.5건이 많다.

하지만 이 기간에 출원된 특허가 정식 특허로 등록된 비율은 57.7%로 나머지 기간 월평균 등록률(71.5%)보다 13.8%포인트 낮았다. 업적 평가 직전에 상대적으로 부실한 특허를 출원한 셈이다.

정부 출연연구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0∼2005년 조사 대상 20곳의 정부 출연연구소에서 업적평가 만료 직전 1개월간 출원한 특허는 평균 12.12건이었다. 나머지 기간의 월평균 5.68건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허 등록률은 75.4%로 나머지 11개월의 월평균(80.2%)보다 4.8%포인트 낮았다.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허 출원이 연구 성과 평가에 반영되면서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하락하는 요인이 됐다”며 “특허 전문 인력을 연구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개 대학의 월평균 특허 출원 및 등록률
구분특허 출원(건)등록률(%)
업적평가 직전 1개월17.657.7
나머지 11개월 11.171.5
BK21사업 추진 이후 2004∼2005년 통계.
자료: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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