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경기 회복돼도 신뢰 회복은 어려워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동아일보는 이번 주부터 격주로 수요일자 재테크 면에 ‘투자 마주보기’칼럼을 연재합니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의 대표적 전문가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이 부사장은 투자에 대한 시각을 한층 넓혀 줄 것입니다. 》

날이 갈수록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 경제가 침몰하는 12단계 가설’까지 등장했는데 극단적인 비관론자들은 그것마저 너무 낙관적이라고 주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 주택가격은 지난 1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제외하고 연평균 0.4%씩 상승했다. 그런데 2002년부터 2006년 말까지는 전국 평균 40% 가까이 폭등했다.

당연히 조정이 필요한데 문제는 하락의 속도와 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20∼40% 더 하락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1000만 명 이상이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1980년대 말 미국을 불경기로 몰아넣었던 대부조합 사태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전국 대부조합의 절반가량을 정리하면서 미국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 참고로 한국이 외환위기 때 파산한 금융기관들을 정리하는 데 쓴 공적자금은 GDP의 27%가량이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금융기관들이 대손 처리한 손실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발생할 잠재 부실 규모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커 적게는 2000억 달러에서 최악의 경우 1조 달러까지 내다보고 있다.

아무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피해 규모는 미국 GDP(13조 달러)의 7.6% 내외가 될 것 같다. 따라서 미국 정부와 연방은행이 마음먹으면 과거 대부조합 정리처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금융회사나 개인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투기를 조장한 것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불경기를 막기 위해 연방은행이 실시한 초저금리 정책이어서 지금 와서 미국 정부가 외면하기 힘들다.

이번 금융위기는 결국 연방은행과 미국 정부가 해결할 것 같다. 이번 경기 침체도 지난 20년 사이 발생했던 두 번의 불경기처럼 1∼2년 정도 단기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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