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공급량 통제 나설듯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5일 현재 한국인이 투자한 중국 펀드의 순자산액은 20조6808억 원으로 해외주식형 펀드(58조5275억 원) 중 35.3%를 차지한다. 전국인대에서 나온 증시 관련 정책에 관심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침체돼 있는 만큼 전국인대에서 증시부양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의 하락에는 대외 불안요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부분적으로만 개방된 중국 증시의 구조적 특성상 내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인대에서 나올 증시 부양책이 앞으로 중국 증시의 체질을 바꿔 반등을 이끌어 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 공급물량 억제 가능성 높아
중국 증시에서 내부 문제로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물량 부담이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상하이증시에서 올 한 해 해제되는 비유통주 물량 규모는 약 2조 위안으로, 시가총액의 13%에 이른다”며 “대외 불안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물량 부담까지 커지면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량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기업의 신규 상장 및 유상증자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05년 5월부터 1년간 신규 상장을 제한해 공급 물량 부담을 줄인 바 있다.
○ 증권거래세 인하, 신규 펀드 설립 완화 가능성도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현재 0.3%인 증권거래세를 다시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비유통주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0.2%였던 증권거래세를 0.1%로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5월에 증시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0.1%에서 0.3%로 인상했었다.
서 연구원은 “세율을 0.1%포인트 인하하거나 현재 매입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부과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한쪽에만 부과한다면 200억∼680억 위안의 거래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중국 증시의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펀드 설립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매주 2개씩 신규 펀드 설립을 허가했으며 지난주에는 이를 3개로 늘렸다. 전국인대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신규 펀드 설립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를 늘리고 투자 액수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주가지수선물시장 개장 시기가 구체화되고 벤처기업을 위한 차스닥시장에 대한 기준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 “증시 탄력 이끌어 낼 것” vs “단기 호재에 그칠 것”
한화증권 차이나리서치팀 조용찬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의 265개 주요 기업이 내놓은 지난해 실적을 보면 254개 기업이 흑자를 냈으며 흑자 규모(약 660억 위안)는 전년 대비 106% 늘었다”며 “기업 실적 향상과 더불어 전국인대 기간에 증시 부양책이 마련되면 중국 증시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현재 예측되고 있는 증시 부양책은 중국 증시의 체질을 변화시키겠지만 비유통주 해제로 쏟아지는 막대한 물량을 단기간에 흡수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전국인대 효과는 증시에 단기 호재로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