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發 ‘강북의 부활’ 막 오르나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3.3㎡당 4500만 원대 사상 최고가 분양 성공 여부 주목

한 채 분양가격이 최고 52억5200만 원. 연간 보유세만 1억 원. 이런 아파트를 서울 강남이 아닌 강북에 짓는다면 팔릴까.

3일부터 잇달아 분양을 시작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상업지역 주상복합아파트가 부동산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곳의 분양 성패(成敗)에 따라 서울의 ‘부(富)의 지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3m²(1평)당 4500만 원대의 사상 최고 분양가격이 강북에서 통한다면 서울 부유층의 거주 형태가 바뀔 수 있다. 부자 동네가 강남 일색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업체들은 ‘대한민국 0.1%’를 내세우며 부유층 모시기에 나섰다. 한편에서는 이곳이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강남 주민들 한강을 건너올까

뚝섬상업용지는 ‘서울숲 특구(特區)’로 볼 수 있다. 116만 m²(약 35만 평)인 서울숲 속에 5만4000평짜리 상업용지가 섬처럼 조성되는 까닭이다. 이곳에는 주상복합아파트 630여 채와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쇼핑몰, 아트센터 등이 들어선다.

강남 주민들이 한강을 건너 뚝섬에 입주할지가 분양 성공의 관건.

갤러리아 포레의 분양을 맡은 로열워커D&C 김석준 전무는 “뚝섬은 최고급 업무·문화시설과 아파트를 결합한 신개념 주거 공간”이라며 “강남을 대체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면담한 강남 주민 100명 가운데 절반이 뚝섬주상복합에 관심을 보였다”며 “예비 고객 가운데 도곡동과 대치동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마케팅본부장은 “강남 주민이 기존 커뮤니티와 편의시설 등을 버리고 뚝섬으로 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부자 커뮤니티 만들기’가 관건

뚝섬 분양은 네트워크 효과, 즉 어떤 사람이 모이느냐에 따라 좁게는 뚝섬의 가치, 넓게는 강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부와 명예를 가진 명사(名士)들이 분양을 받아야 최고급 커뮤니티가 될 수 있고, 그런 가능성이 보여야 수요자들이 몰려들 것이란 뜻이다.

업계는 두 곳의 주상복합을 모두 파는 데 길게는 1년 정도 기간을 잡고 있다. 이 기간에 최상층 수요자를 한 명씩 끌어들여 ‘고급 커뮤니티’ 조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4일 시작된 한숲 e편한세상 1순위 청약자가 5일까지 한 명뿐이지만 업체들이 짐짓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 이곳 마케팅 요원은 심사위원으로도 불린다. 고급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유명인을 선별하고 마케팅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분양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전 홍보 때 분양 의사를 내비친 사람은 재벌가 인사, 벤처 기업가, 연예인 등의 순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유세보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묻는 고객이 많다”며 “상속이나 증여 목적으로 분양받으려는 수요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강남 집값 자극 우려

뚝섬주상복합이 최고급 거주지로 인정받으면 강북 지역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북도 지역에 따라 강남 못지않은 주거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뚝섬 일대에서는 기존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많게는 7000만 원 남짓 올랐다.

뚝섬주상복합이 강남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뚝섬에서 한강 건너편인 압구정동의 중개업자들은 벌써 인근 주민들에게 “강북에서 3.3m²당 4500만 원의 분양가격이 통한다면 이곳 아파트 값은 최소 5000만 원은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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