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7일 남용 부회장과 박준수 노동조합위원장 등 '노경(勞經) 대표'들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갖고 올해 임금을 작년 수준에서 묶기로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노경'이란 LG전자에서 '노사'(勞使) 대신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번 임단협 타결로 LG전자는 1990년부터 19년 연속 '무(無)분규 타결' 전통도 이어가게 됐다.
LG전자에 따르면 경영실적이 나빠졌던 2006년과 달리 지난해엔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1.2%와 0.7% 늘어나는 등 실적이 좋아졌다. 그만큼 임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예상됐다.
그러나 LG전자 노사는 임단협에 앞서 5,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틀에 걸친 공동 워크숍을 갖고 올해 대내외 경영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데 대해 공감했다.
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기업인 LG전자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중소협력업체 지원에 힘쓰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같이 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어 7일 오후 열린 임단협에서는 약 1시간 만에 동결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노조위원장은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임금인상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제 살리기와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조도 고통을 분담하고 솔선수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G전자 노사는 또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는 상생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7월 유럽을 공동 방문한데 이어 올 상반기(1~6월) 중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하기로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초우량 기업의 노사가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해 임금동결과 무분규 선언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라며 "다른 '고임(高賃) 대기업'으로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 nex@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