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불공평한 혜택, 공평한 해법은?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불공평한 혜택  아파트 화단 등 공공재 ‘무임승차’ 발생
불공평한 혜택 아파트 화단 등 공공재 ‘무임승차’ 발생
공평한 해법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 거둬 공공 서비스
공평한 해법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 거둬 공공 서비스

<사례>

창선이 집에서 반상회가 열리는 날. 벨소리와 함께 한 분 두 분 낯익은 이웃이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아직 쌀쌀한 기운이 돌지만, 봄도 됐으니 우리 아파트 건물 뒤편에 예쁜 화단을 함께 만들고 그 주변을 정리했으면 합니다.”

반장 아주머니는 화단 가꾸기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셨다. 이웃들은 그 의견에 맞장구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반상회를 마무리했다.

일요일 아침. 창선이도 부모님과 함께 화단 꾸미기에 나섰다. 반장 아주머니는 벌써부터 나와 이것저것 준비하고 계셨다. 모두 구슬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화단을 가꿨다. 제 모습을 갖춰가는 예쁜 화단을 보며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데, 지연이네와 혜진이네 식구들이 안 보이네요?”

“아침 일찍 두 가족이 어디 가는 것 같던데.”

“반상회 날, 혜진이 엄마가 화단 가꾸기를 아주 좋다고 하지 않았나요? 다들 열심히 하자고 해 놓고 자기들만 쏙 빠지면 되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반장 아주머니께서 끼어들었다.

“오랜만에 땀 흘려 일하니 좋죠? 빠진 분들께는 제가 따끔하게 얘기할게요.”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화단 가꾸기는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았다. 다음 일요일에도 다시 나와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 다음 주 일요일. 창선이네 가족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일하러 나섰다. 이번엔 지난주보다 참여 인원이 줄었다. 창선이는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사실 친구들과 새로 나온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권유에 못 이겨 나왔기 때문이다.

“화단 가꾸기는 대충 마무리됐네요. 감사합니다. 이젠 화단과 주변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시간 나는 분들은 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반장 아주머니의 인사말과 함께 이웃들은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엄마, 이게 뭐야! 누군 열심히 일하고, 누군 그냥 만들어 놓은 화단을 즐기기만 하고. 너무 불공평해! 함께 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화단을 못 보게 할 수도 없고.”

“네가 화가 단단히 났구나. 그래도 예쁜 꽃을 보면 좋지 않니?” 엄마의 위로도 창선이의 기분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몇 주 후, 창선이는 우연히 지나가며 화단을 보았다. 두세 분이 화단을 정리하고 계셨다.

“처음에 그 많던 사람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저분들뿐이네. 이러다 아무도 안 나오면 화단이 망가지고 말텐데….” 창선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화단을 바라보았다.

<이해>

불공평한 혜택- 아파트 화단 등 공공재 ‘무임승차’ 발생

공평한 해법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 거둬 공공 서비스

이웃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만들어 놓은 예쁘고 깨끗한 화단은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화단 가꾸기에 참여하지 않은 이웃들에게 “여러분은 화단 가꾸기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예쁜 화단을 보고 즐거워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하나, 내가 화단을 보고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화단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특성을 ‘비(非)배제성’, 두 번째 특성을 ‘비경합성’이라고 한다. 비배제성은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이라도 소비하지 못하게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그것을 소비했을 때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가 이런 두 가지 특성을 갖게 되면 불가피하게 ‘무임 승차자의 문제’가 일어난다. 무임승차자의 문제는,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타는 사람처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일정한 혜택만 얻는 것을 일컫는다. 화단 가꾸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공짜로 예쁜 화단을 보고 즐길 수 있다.

무임승차자의 문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게 한다.

‘내가 애써 화단을 가꿔봤자 나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다른 사람이 가꿔 놓을 때까지 기다려서 그때 공짜로 즐기는 게 낫지 않을까?’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생각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눈치작전을 편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예쁜 화단은 물 건너가 버리게 된다.

국방과 치안서비스 등과 같이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하기 위해 생산된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는다. 따라서 공공재는 무임승차자 문제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볼뿐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생산되지는 않는다.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누군가가 나서서 공공재로부터 얻은 혜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은 이런 이치에서다.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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