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숭례문이 불탔을 때 서울시가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보험에 들었던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서울시는 숭례문 누각에 대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보험에 들어 매년 8만3000원을 보험료로 냈다. 보험료가 적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최대 9508만 원 정도였다.
보험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과 피해 액수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예술품이나 문화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 전시회의 그림 67점에 걸린 보험금은 약 1조4000억 원. 주최 측에서 내는 보험료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직접 관리하는 궁궐과 왕릉 등 26곳의 문화재에 대해 매년 3400만 원을 내고 최대 410억 원을 보장받는다.
또 보험사는 화재에 취약한 사찰을 위한 보험, 변덕스러운 날씨로 공연 등이 취소됐을 때 보상하는 보험 등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가능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보험금 산정이 힘들 때 보험사는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 분쟁지역 전문기자가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것은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의 특성상 수많은 사고나 위험을 토대로 평균적인 위험을 산출하고 그에 맞춰 보험료를 책정해야 하는데 국내 보험사들은 아직 노하우가 부족한 편이다.
숭례문이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목조 건축물인 데다 일반인의 접근이 자유로워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고 위험 수준을 평가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민간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거절해 숭례문에 대해 적절한 액수의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보험사와 계약자가 협의해 보험금과 보험료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 년 전 탤런트 이혜영 씨가 가입한 100만 달러(약 9억7000만 원)짜리 다리 보험, 피아니스트 서혜경 경희대 교수가 가입한 10억 원짜리 손가락 보험 등이 이런 사례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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