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아이디어 연구에 방학도 없어요”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10일 제일기획 광고대상 최종 면접에서 에쓰오일의 기업 이미지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연세대 불문과 문설아 씨. 기획안 작성에 2주, 발표 준비에 사흘을 투자했다고 한다. 사진 제공 제일기획
10일 제일기획 광고대상 최종 면접에서 에쓰오일의 기업 이미지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연세대 불문과 문설아 씨. 기획안 작성에 2주, 발표 준비에 사흘을 투자했다고 한다. 사진 제공 제일기획
‘취업 보증수표’ 대학생 공모전 현장에 가보니…

《“나는 누구일까요? 41세 가수입니다.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월세방에 살고 있지만 5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2동 제일기획 11층 회의실. 제일기획의 광고대상 최종 면접을 보고 있던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최규청 씨는 에쓰오일의 기업 이미지 전략을 발표하며 이처럼 화두(話頭)를 던졌다. ‘유머나 그림 등으로 발표 첫 부분에서 주목을 끌라’는 프레젠테이션의 기본 원칙을 지킨 것이다. 최 씨는 다음 슬라이더에서 주인공이 가수 김장훈 씨임을 알리고 “에쓰오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해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 제작력 ‘굿’, 독창성 ‘글쎄’

제일기획은 이날 제29회 광고대상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에는 기획서 부문에 응시한 200여 팀의 대학생 중 최종 15개 팀이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캠페인 전략, 래미안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홍보 방안 등 구체적인 실천안이 담긴 기획서를 파워포인트로 발표했다.

발표는 당차고 힘이 있었다.

영국 브루넬대에서 디자인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노승희 씨는 “영국 대학에선 발표와 토론 중심 수업”이라며 “영국 학생들은 대화하듯 발표하지만, 한국 대학생들은 대상을 향해 높은 목소리로 발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호 제일기획 홍보팀 국장은 “매년 파워포인트 제작 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최근엔 분석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해법까지 제시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면접관으로 참석한 조병량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발표력과 논리력은 뛰어나지만 분석 내용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체화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번 최종 면접은 창의력(30점), 논리력(40점), 표현력(30점) 등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 “취업에 영어―학점 만큼 중요”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안준희 씨는 이번이 13번째 공모전 참가다. 그중 9곳에서 수상했다. 안 씨는 “아무래도 지방 대학에 다니면 서울 주요 기업에 취직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각종 공모전에 응모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불문과 문설아 씨는 “요즘 취업을 위해선 높은 영어 성적과 학점, 공모전 수상, 인턴 경험 등 4가지가 필요하다”며 “방학 때면 공모전에 다걸기(올인)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캐나다 에미리카예술대 미디어아트학과에 다니는 김우진 씨는 “캐나다 대학생도 공모전에 많이 도전하지만, 한국 대학생의 공모전 열기가 훨씬 뜨거운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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