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 - 민영 방송구조와 경영현황 적정성 재검토”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 방송통신위 첫 업무보고서 뭘 담았나

《동아일보가 11일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첫 업무현황 보고자료는 새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이 종전과 크게 달라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방통위에 흡수된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방통위 기구 설립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난달 26일 협의해 작성한 A4용지 83쪽 분량의 이 자료는 △방송 △통신 △공통 부문으로 나눠 정책 현안과 추진계획을 담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 특히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나타내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중요한 화두(話頭)로 떠오른 규제 완화와 개방이 방송과 통신 분야에도 적용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통위 당국자는 “이번 업무현황 보고자료는 청와대가 이달 2일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발표하기 전에 방송위와 정통부가 각각 관련 분야 초안을 만든 뒤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아직 위원장 후보자에게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방송사업 자율성 확대-경쟁력 제고 위해 소유규제 완화

공영방송 공익성 강화… 경영효율화 돼야 수신료 개선

통신사업 허가제 완화… 진입장벽 낮춰 요금인하 유도

방송-통신 융합시대 발맞춰 2010년까지 ‘통합법’ 제정

○공영방송 대대적 개혁 예고

방통위는 현재의 공영방송이 제 역할과 책임을 하지 못해 사회적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공적 존립의 이유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함께 업무 보고에 명시적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편향된 좌파 이념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온 일부 공영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현안으로 △공공 콘텐츠 육성 △재난방송 내실화 △보편적 시청권 보장 등을 꼽았다. 논란을 빚은 △KBS 및 EBS의 재원구조(수신료) 개선도 KBS의 경영 효율화 등을 전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재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조성하되 공·민영 방송 구조 및 경영현황의 적정성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공영방송인 KBS1과 KBS2를 차별화하고, KBS2와 MBC를 민영화하는 방안 등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측은 “1994년, 2001년 각각 공영방송발전위원회, 방송정책기획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 체제 개선을 추진한 바 있으나 이를 정책에 반영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민간전문가가 다수 참여한 미래방송특별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5월부터 본격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방송시장 규제 완화로 경쟁력 제고

지금까지 여론의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소유를 엄격히 제한해 온 방송시장의 소유 및 겸영 규제도 완화를 추진한다.

방통위는 방송시장의 자율성 확대를 통한 방송산업의 활성화 및 효율성 도모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지상파 및 종합편성 방송) 소유 및 겸영을 막는 규제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 대상에는 규제범위, 완화 일정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지금은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 보유 및 겸영은 금지돼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에 대한 지분 규제도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글로벌 방송시장의 경쟁 심화로 방송부문의 소유 겸영규제 완화를 통한 방송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산업의 활성화를 마련할 시점”이라고 이같은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밖에 방송광고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독점체제인 방송광고 시장에 ‘민영 미디어랩’을 신설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 방송광고의 사전심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통신시장 규제 완화와 요금 인하 추진

통신시장에서는 사전(事前) 규제인 통신요금 인가제 등을 조기에 폐지하고 사후(事後) 규제로 전환하는 등 전반적인 규제 완화를 시행키로 했다.

또 유무선 사업별로 사업권을 내주는 허가제를 최소화해 통신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신규시장에 진입해 경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사업자간 인수합병(M&A)을 막아온 옛 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중규제도 개선된다.

방통위는 “규제완화를 통해 통신시장 내부에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고 요금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돼온 SK텔레콤의 독점 사용 주파수(800MHz)는 경쟁사업자가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상반기(1∼6월) 중 SK텔레콤에 로밍 의무를 부여하고, 추후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주파수 경매제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방송통신 융합 법체계 정비

방통위는 시장의 방송통신 융합 추세에 대응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방송시장에도 공정경쟁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이른바 ‘네트워크 동등접근 의무’를 부여하는 등 법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 제도가 마련되면 프로그램제공사업자(PP)인 CJ미디어가 계열관계인 SO를 돕기 위해 경쟁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에 프로그램 공급을 거부하는 등의 차별적 행위가 금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우선 방송과 통신으로 이원화된 규제체계를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융합 환경에 맞게 정비하고, 나아가 근본적 개선을 위한 ‘(방송통신) 통합법’ 체계를 2010년까지 만들기로 했다.

또 방송과 통신시장의 쏠림현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쟁상황 평가제도를 도입해 방송시장에도 공정경쟁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광역시별로 신규 FM방송 허가용 주파수를 확보하고, 제주 등 일부지역에 도입된 영어 FM 방송을 수도권 부산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지)를 시작으로 5대 광역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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