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가격거품’은 옛말
수입차 업계는 새로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성능과 편의장치는 높이면서 가격은 내리는 것이 상식이 됐다.
지난해 3월부터 인하 경쟁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수입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대부분이 미국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국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관세 8%를 포함해 2000cc 이상은 34.2%, 2000cc 미만은 26.5%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수입차는 2.5% 관세만 붙고 자국(自國) 생산 차량은 세금이 전혀 없다(주마다 등록과정에서 붙는 5∼9% 세금은 제외).
이런 세금을 제외하고 순수 자동차 가격끼리 비교하면 볼보 ‘S80 3.2’의 국내 가격은 4456만 원으로 미국의 4447만 원보다 9만 원밖에 비싸지 않다.
또 캐달락 ‘CTS 3.6 프리미엄’은 미국 가격과 31만 원, 혼다 ‘어코드 3.5’ 25만 원, 크라이슬러 세브링 26만 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BMW ‘528i’와 최근 가격을 크게 내린 아우디 ‘A6 3.2Q’도 미국과 3∼4% 정도의 차이여서 가격 인하의 여력이 더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산 차종과 경쟁이 없는 럭셔리 대형 세단들은 아직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S500L AMG’는 9일 가격을 내렸지만 미국보다 34.8%, BMW 750Li는 49.8%, 렉서스 LS460L은 42.6% 비싸다.
○ 일본차의 위협, 국산차 대응 준비
수입차의 가격이 국산 동급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일본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월 수입차는 5304대가 팔려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6%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2월은 4572대로 5.6%를 차지했다.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오른 모델 중 1, 2위를 혼다가 휩쓰는 등 6대가 일본산이다.
내년에는 도요타와 닛산, 미쓰비시 등 3개 일본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확정돼 일본차의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 2000cc 미만 중·소형 수입차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중 2000cc 미만 중·소형차의 판매 비중은 24.2%였지만 올해 들어 2월 말까지는 30.3%로 크게 늘었다. 국산 중형차에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는 수입차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 경영진은 최근 일본차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달 들어 ‘그랜저’ 광고에 ‘일본차는 조용하다? 비교해 보셨습니까’라는 문구를 넣으며 처음으로 일본차에 대한 경계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미국 시장은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얻은 수익으로 연구개발과 해외시장에 투자한다고 보면 되는데 ‘캐시카우’인 국내 시장이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