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환율’… 장관 취임후 연일 급등세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환율 주권론’ 시장 움직여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강만수 환율’로 봐야 한다.”

강만수(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원-달러 환율 급등세(원화 가치는 하락)가 이어지자 외환시장 딜러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 매도세 등 수급 상황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여기에 ‘환율 주권론자’로 꼽히는 강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방향성을 더했다는 진단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0원 상승한 971.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후 9거래일간 34.80원이 상승한 것. 12일의 원-달러 환율은 2006년 3월 31일(971.60원) 이후 2년여 만의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8.00원 급락한 962.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961.00원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반등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은 재정부 장차관이 원화 약세를 원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2003년 국제금융국장 시절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역외 선물환까지 손대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가 큰 손해를 볼 정도의 ‘환율 강경론자’. 그 책임을 지고 세계은행으로 떠났지만 이번에 강 장관이 국내로 불러들였다.

최근의 외환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제 연구기관들도 올해 환율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933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말 전망치에 비해 16원 높은 수준.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지난해 9월 달러당 925원으로 내다봤던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935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이날 ‘원-달러 환율 동향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른 이유’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변수에 따라 원화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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