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先사업 後규제’로 바뀐다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연간 약 37조 원 규모인 통신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기존의 ‘선(先) 규제, 후(後) 사업’ 방식에서 ‘선 사업, 후 규제’로 크게 바뀐다.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 독점이 발생하기 쉬워 전통적인 규제산업으로 분류돼 온 통신시장에 사전 규제가 폐지되면 KT, SK텔레콤 등의 경영 환경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작성한 업무현황보고 자료 등을 통해 “통신시장 규제의 패러다임을 사후 규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장 자율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본보 12일자 A1·3면, 13일자 A10면 참조

▶“공영방송 사회적 기대 못미쳐 역할-재원등 체계 재정립 추진”
▶“공영 - 민영 방송구조와 경영현황 적정성 재검토”
▶옛 방송위-정통부도 ‘방송통신 시장 개혁’ 준비

방통위는 먼저 대표적인 사전 규제인 통신요금 인가제를 올 하반기(7∼12월) 중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아가 통신요금의 원가(原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호접속료 산정도 사업자 간 자율로 정하는 정책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상호접속료는 통신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 이용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지금까지는 정부가 정해 왔다.

또 통신기업 간 소규모 인수합병(M&A)은 심사가 간소화된다.

통신업계는 이런 방안이 도입되면 경쟁이 심해져 통신요금이 인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망 운영 원가가 저렴한 KT, SK텔레콤 등 각 시장의 1위 기업(지배적 사업자)들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요금의 할인율도 현재 10%까지만 허용한 데서 3월 중 20%까지 허용 범위를 늘리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요금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대신 지배적 사업자의 통신망을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불평등 요소를 막기 위해 이른바 ‘망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KT의 네트워크 운영조직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거나, SK텔레콤의 주파수 공동활용(로밍)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을 낮추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도 마련된다.

방통위는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정보이용료 과다청구를 막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했던 통신 과소비 방지 대책으로 이동통신사 변경 시에도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가입자인증모듈(USIM) 호환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통위 측은 “사전 규제 완화를 통해 올해 연간 가계 통신비를 2006년 대비 6.6%까지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2012년 최대 25%까지 요금이 인하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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