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세대 공중급유기업체 에어버스 선정은 부당”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보잉사, 의회에 이의 제기

미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공급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세계 양대 항공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제공권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 공중급유기 교체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보잉은 11일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AF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전했다.

미 공군은 지난달 29일 35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의 공중급유기 179대 공급업체로 미국의 보잉 대신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 노스럽그루먼 컨소시엄을 선정해 파장을 불러왔다.

마크 맥그로 보잉 부사장은 11일 “선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기종이 선정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 공군이 당초 원한 것은 중형 규모였는데 석연찮은 이유로 평가기준을 바꿔 대형인 A330에 가산점을 줬다”며 “더 중요한 수송능력과 안정성에서는 우리가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사업이 외국 업체에 넘어감에 따라 미국인의 일자리 4만4000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공군 측은 이날 “비용과 능력 면에서 EADS 컨소시엄 측이 유리했다”며 “신중하게 평가했고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ADS의 루이 갈루아 최고경영자(CEO)도 “(입찰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했다”며 “미국 내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가 4만8000개 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번 공중급유기 교체사업 입찰에 사활을 걸어왔다. 앞으로 30년간 1000억 달러(약 97조 원) 이상 발주될 미 전체 공중급유기 사업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은 최근 B787 드림라이너의 인도 시기가 늦어지면서 에어버스 A380과의 차세대 여객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번 공중급유기 탈락은 안방의 방위산업에서까지 에어버스에 밀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보잉 안팎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계속되는 달러 약세로 지난해 4억4600만 유로(약 6500억 원)의 손실을 본 EADS 측은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방위산업 쪽으로 사업 확대를 모색해 왔다. 이번 수주로 미국이라는 대형 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사안은 양사의 자존심 경쟁을 넘어 미 의회 내에서 ‘보호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보잉이 GAO에 제소함에 따라 100일간의 검토 기간에는 계약 진행이 중단된다. 하지만 지난해 1411개의 이의제기 중 27%만 받아들인 GAO가 보잉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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