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주도한 e삼성 운영과 관련해 2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나자 2001년 3월 9개 계열사가 e삼성 지분을 매입해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요 임원들이 고발당한 사건이다.
▽특검팀, “적법 절차에 의한 경영 판단”=특검팀은 우선 “수사 결과 e삼성 등의 설립, 운영 및 이 전무의 지분 처분에 구조조정본부가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무가 최대주주였고 이학수 삼성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이 함께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 등 11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9개 계열사가 e삼성 등 지분 매입에 적법한 의사결정을 거쳤기 때문에 배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적법절차에 의한 경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이 전무가 대주주였던 e삼성 등 4개 비상장 정보기술(IT)업체 주식에 대해 계열사의 가격 산정이 적정했고 지분 매입에 대한 9개 계열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우선 계열사들이 4개 비상장사 주식 가격을 산정할 때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순자산가치평가방법’을 적용해서 계열사들이 고가에 지분을 매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e삼성 등의 최대주주인 이 전무에게 산정 가격의 30%까지 매각 대금을 더 줄 수 있었는데도 계열사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참여연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발인인 참여연대 등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법원은 비상장주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 중 이번 사건에는 수익가치평가방법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폈다.
참여연대와 일부 회계사는 “IT기업처럼 변동 가능성이 높아서 향후 자산이 크게 늘거나 줄어들 수 있는 기업에는 수익가치평가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구조본의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무혐의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참여연대 측은 “구조본의 개입이 있었고 e삼성 등의 주요 주주가 이 전무와 구조본 임원들이라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등이 항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전무 등의 배임 혐의와 관련한 법적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학수 부회장을 세 번째로 소환해 삼성의 로비 의혹 등에 관해 조사를 벌였다.
이 부회장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재직 당시 자신에게 수사를 피해 출국할 것을 권유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부인한 뒤 관련보도를 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삼성 “오해풀려 다행”▼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가 13일 ‘e삼성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피고발인 28명을 불기소 처분하자 삼성그룹은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라는 짤막한 공식 언급만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건희 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 전무가 오랫동안 받아왔던 의혹이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