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납품 단가 인상 요인이 부족한 업체들로까지 단체행동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드러내 놓고 말을 못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주물(鑄物) 업계는 14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13일 제시한 주물원재료비 20% 인상안을 거부하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7일부터 2차 납품 중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대차의 인상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16일까지 기다려보고 안 되면 예정대로 2차 납품 중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들도 13일부터 지역별로 납품 중단을 시작했다.
일부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중소업체들도 정부를 상대로 조달 단가 인상 요구를 위한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업체들의 집단행동에 내심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 놓고 불만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강자(强者)’인 데다 자칫 중소업체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새 정부도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하는 판에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야지 일방적으로 너도나도 파업한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근 대책반을 꾸린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당장은 재고 물량이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협상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 “하지만 모든 자재 공급업체들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20% 인상안은 1차 협력업체들과 일일이 협의해 내린 결론”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 외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각에선 “일부 중소업체의 ‘담합’에 가까운 집단행동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들도 대항 카르텔을 형성하게 돼 ‘담합 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단장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업체들이 합의에 의해 경쟁을 제한한 경우인데 현 상황에선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