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만큼 정부는 안정적으로 거시 운용을 해야 합니다.”
이희범(59) 한국무역협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커 환율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환율이 급속히 오른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최근 환율 급상승 비정상적”
그는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그동안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가 올해 1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칠 정도로 중국이 수출에 허덕이고 있다”며 “(원화 약세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는 높아지지만) 미국의 경기 둔화가 국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 현장의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의 패러다임으로는 안 풀렸던 규제 완화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지난해 전국 11개 지부를 순회하면서 무역 현장의 규제를 발굴해 35건의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바뀐 만큼 당시 규제를 손질해 조만간 해당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수출 현장의 대표적인 ‘전봇대’로 입지 규제를 들었다. 일례로 울산의 경우 조선, 석유 사업이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생산 설비를 확장해야 하지만 농지를 공업용지로 전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때문에 일감을 따놓고도 생산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 3개월간 이어진 무역 적자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무역수지 적자가 당연히 흑자가 될 걸로 알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라고 평가했다.
“대중 무역수지 신경써야”
그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폭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며 “그동안 대(對)중국 무역수지 흑자를 빼면 전체 무역수지가 적자였을 정도로 대중국 무역수지는 한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뿐 아니라 소비재 수입까지 급증해 대일 무역 역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올해 경상수지를 80억 달러 적자로 전망한 데 대해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를 극복하려면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고시(12회)에 합격한 이 회장은 1973년 공업진흥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몸을 담은 뒤 산자부 장관(2003 12월∼2006년 2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년 2월∼2003년 4월), 서울산업대 총장(2003년 4월∼2003년 12월)을 거쳐 2006년 2월 무역협회 회장이 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