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라고 하면 복합영화상영관을 연상한다. 하지만 일본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몇 년 새 일본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영화가 아닌 ‘스포츠와 놀이’다. 주인공은 ‘라운드 원(ROUND1)’이다. 라운드 원은 볼링, 다트, 당구, 탁구, 테니스, 농구, 풋살, 골프 등 거의 모든 실내 스포츠와 놀이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현재 라운드 원은 일본 전역에 84개가 성업 중이다. 》
라운드 원은 1980년대 인기를 끌다 한국에선 거의 사라진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출발했다. 스기노 마사히코(杉野公彦) 사장은 당시 부친이 경영하던 섬유공장의 남는 터를 빌려 롤러스케이트장을 개장했다.
하지만 롤러스케이트 열기가 식자 매출이 떨어졌고, 스기노 사장은 궁여지책으로 롤러스케이트장 옆에 볼링장을 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계속 추락하던 롤러스케이트장 매출이 볼링장 매출과 함께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스기노 사장은 “이거다” 하면서 무릎을 쳤다. 지금의 일본 스포츠 멀티플렉스는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포츠를 한 건물 안에 모아 놓고 입장료만 내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특정 스포츠 종목의 인기 추세와 상관없이 꾸준히 매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년 전 교토(京都)에 이 같은 스포츠 멀티플렉스 ‘라운드 원’을 개장해 대박을 터뜨린 그는 일본 전역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지난해 170억 엔(약 17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라운드 원은 ‘즐길 수 있을 만큼 놀이를 만들어낸다’는 모토 아래 거의 모든 실내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장료 1500엔(약 1만5000원) 정도만 내면 3시간 동안 모든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라운드 원 측에 따르면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회식 후 2차 장소로, 주말에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양한 종목이 있어 누가 특정 종목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함께 갈 수 있고, 한겨울에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는다고 한다. 지난해 라운드 원을 찾은 고객은 4000만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