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한 간부는 지난 1년을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 요약했다. 전경련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석래호(號)’는 지난해 3월 적지 않은 난제를 안고 출범했다.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당시 정권의 영향으로 재계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강신호 전 회장 후임 문제를 둘러싼 잡음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경련이 제 목소리를 내고 단합할 수 있도록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곧이어 강도 높은 내부개혁에 착수했다. 상근부회장과 전무를 민간인 출신으로 교체한 데 이어 혁신팀을 신설해 느슨해졌던 전경련 사무국에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전경련이 먼저 변해야 외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지론이었다.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꼴로 회장단회의를 개최하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기업에는 별도로 회장단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설명하고 재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도 적극 나섰다. 고교에 이어 중학교용 경제교과서를 발간하는 등 시장경제 교육사업을 강화했고, 5000건이 넘는 등록규제 가운데 1600건 이상의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시련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이윤호 상근부회장이 신설된 지식경제부 장관에 발탁되는 등 전경련 안팎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전경련의 위상은 정부의 경제정책 파트너로 격상됐다. 조 회장이 5일 정병철 신임 상근부회장 취임식에서 “전경련은 재벌 그룹만의 단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