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내린 것을 두고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용인은 수도권 집값이 폭등한 2005∼2006년 서울 강남권 및 수도권 신도시와 함께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당시 용인의 집값이 크게 뛰자 정부는 용인을 이른바 ‘버블 세븐’ 중 한 곳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등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쏟아지자 용인 지역의 집값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 용인 아파트 하락세 두드러져
19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용인의 아파트 값은 평균 0.41% 내렸다.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의 아파트가 이 기간 0.01% 올랐고 신도시를 뺀 경기지역 전체가 0.44% 오른 것과 대조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용인 아파트 값이 0.65% 오른 것과도 분명하게 대비된다.
용인시 죽전동의 K아파트 195m²는 18일 현재 평균 매매가가 9억5000만 원으로 연초에 비해 1억2500만 원가량 내렸다. 죽전동 B아파트 148m²는 연초보다 평균 매매가가 3500만 원가량 내려 7억1500만 원 선이다.
상현동 S아파트 175m²의 현재 평균 매매가는 5억6000만 원 선으로 연초보다 3000만 원 정도 내렸다. 신봉동 L아파트 212m²는 연초보다 평균 매매가가 5000만 원 내린 7억1500만 원 선이다.
2005∼2006년 용인 아파트 값은 경기지역 전체 상승률을 앞지르며 거침없이 상승한 바 있다. 2005년 용인 아파트 값은 평균 23.27% 올라 수도권 신도시(14.07%)와 경기지역(5.84%)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청약 열풍이 불던 2006년에도 용인 아파트 값 상승률은 26.37%로 신도시(25.7%)와 경기지역(19.97%)보다 높았다.
○ 과도한 개발 열기 식은 탓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로 수요가 전국적으로 위축된 데다, 판교신도시 분양을 전후해 이 지역에 과도하게 몰린 ‘비이성적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용인지역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용인은 지리적으로 판교 신도시에 가까이 있는 데다 분당신도시보다 아파트 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에 판교신도시 개발에 기대를 걸고 유입된 ‘투자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개발 열기가 식고 아파트 값이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꺾이면서 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 2005∼2006년 용인지역의 집값이 실제 거래를 통해 오른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실거래 없이 주택 보유자가 원하는 호가(呼價) 위주로 형성됐다는 점도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한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가 위주로 급등한 주택 가격은 내릴 때도 급락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중소형 주택에 비해 투자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 평수를 넓힌 중대형 고가(高價) 아파트를 이 지역에 많이 건설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주택 수요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에 집중돼 있으며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