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M&A 매물 빅3’ 주인찾기 급물살
우리銀-기업銀과 통합 ‘메가뱅크’는 추진안할듯
올해 연말까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산은지주회사’(가칭)의 지분 매각을 추진해 민영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금융위원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영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자회사들을 묶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지분의 일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새로이 정책금융을 담당할 ‘코리아인베스트먼트펀드(KIF)’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 내년에 지주회사 지분 팔기 시작
산업은행은 현재 산은캐피탈(99%), 산은자산운용(66%), 대우증권(39%) 등 3곳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신설될 산은지주회사 산하에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대우증권 등 4곳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체제로 바꿀 예정이다. 또 산은지주회사를 상장(上場)시킨 뒤 지분의 일부를 팔아 기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을 담당하는 KIF를 세우게 된다.
금융당국은 5, 6년에 걸쳐서 지주회사의 지분 49%를 시장에서 매각하고 경영권을 행사 지분인 나머지 51%는 차후에 민간에 넘길 계획이다. 결국 새 정부에서는 산은지주회사를 싱가포르의 공기업 지주회사인 ‘테마섹’처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모두 통합하는 ‘메가(Mega)뱅크’의 출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메카뱅크의 덩치가 커져 민영화 자체가 지연될 수 있으며, 금융 공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그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금융당국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외환은행 매각 지연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행보(行步)로 외국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것과 더불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금융당국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 현대건설 등 민간 지분부터 매각
산업은행이 보유한 현대건설 등 민간기업의 지분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를 본격화하자 일부에서는 “산업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이므로 이들 기업의 ‘주인 찾기’가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몸집이 가벼워야 민영화에 유리하다”며 “(산업은행 지분 보유 기업 중) 비금융회사가 일차적인 지분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31.30%) 현대건설(14.69%) 하이닉스반도체(7.06%) 대우인터내셔널(5.31%) 등의 지분 매각 작업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정부가 산업은행에 주식으로 출자(出資)한 공기업 지분을 처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정부의 산은 민영화 계획이 원활히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공기업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 관련법에 따르면 산업은행(29.95%)을 비롯한 정부 지분이 51% 이상이어야 하지만 산업은행이 민영화하면 ‘정부 51% 이상 지분 보유’ 규정을 맞출 수 없게 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