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외국인 투자자 “교과서처럼 투자”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이번주 중반 이후 다소 주춤해졌지만 매도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1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신격화(神格化)돼 있었다.

주식을 사면 뭔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이 있어서 산다고 믿었으며, 반대로 팔 경우에는 무슨 큰일이 터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3개월 만에 15조 원 가까이 팔고 있어도 국내 투자자들은 과거같이 크게 조바심을 내는 것 같지 않다.

외국인 매매를 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태도가 왜 이렇게 담담해졌을까?

우선 지난 2년여 동안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팔아 왔기 때문에 이제는 이력이 났다. 최근에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현금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판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또 10년 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거덜이 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인’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소평가할 바도 못 된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상태다.

1992년 증시가 개방된 이후부터 계산하면 외국인은 대략 40조 원의 투자 금액으로 250조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배 수준으로 올랐지만 외국인의 수익률은 500%가 넘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항상 고수익을 올린 것은 아니다.

주가가 고점일 때 투자하는, 이른바 ‘상투’에 크게 물리기도 했고 주가가 바닥일 때 파는 모습도 보였다.

2005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평균 매입지수는 코스피지수 800선 안팎이어서 13년 동안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3년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비로소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돌이켜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대단한 투자 기법이나 정보, 통찰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기본 원칙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원칙은 ‘싼 블루칩을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 당장 이 원칙에 따라 폭락한 우량주를 길게 보고 사려는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신 우리는 여전히 값비싼 주식이나 기타 자산 등을 단기 투기로 매매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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