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에티켓 좀 지켜주세요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마인드 게임’ 방해하는 최대의 적… 美선 휴대전화 - 카메라 등 반입금지

“여기저기서 사진을 많이 찍어 불편하긴 했어도 KJ가 잘 막아줬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3)은 지난주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1, 2라운드를 최경주(나이키골프)와 함께 치른 뒤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최경주가 마치 경기진행요원처럼 갤러리 질서 유지까지 앞장섰다는 것이다.

당시 최경주를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들면서 곳곳에서 해프닝이 쏟아졌다.

최경주 역시 카메라폰 세례에 시달리다 어이없이 뒤땅을 쳐 보기를 하는 등 미스샷을 날려 가뜩이나 매서운 눈매가 더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평소 썰렁할 때가 많은 국내 골프대회에 이처럼 스타들이 출전하게 되면 구름 같은 갤러리 속에서 에티켓 문제가 자주 도마에 오른다.

최경주는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했을 때 초청선수였던 짐 퓨릭(미국)에게 무분별한 갤러리의 행동을 대신 사과한 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비제이 싱(피지)은 정상에 오른 뒤 갤러리를 향해 “내년에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 달라”며 코스를 떠났다.

최경주의 로드 매니저인 IMG 임만성 씨는 “미국에서는 대회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어도 골프장 출입구에서 반입 금지 품목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카메라와 휴대전화는 물품 보건소에 맡기거나 아예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량에 두고 오도록 유도한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는 애완견도 입장할 수 없도록 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제가 있어도 갤러리의 볼썽사나운 행동 탓에 때론 선수, 캐디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최고 흥행카드인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갤러리의 카메라를 빼앗아 내동댕이친 적도 있다.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는 2004년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즈와 맞대결을 벌였을 때 우즈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야유 공세에 시달린 적도 있다.

갤러리의 관람 복장은 편안하면 그만이겠지만 신발만큼은 잔디 보호를 위해 골프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가끔 하이힐 차림으로 페어웨이를 누비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해야 한다.

PGA투어에서는 선수 사인도 연습 라운드 때 드라이빙 레인지나 퍼팅 그린 같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때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많은 팬이 몸싸움까지 벌여 외국 선수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며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수가 티잉그라운드나 페어웨이에서 샷을 준비할 때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스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숙을 유지한 뒤 스윙이 끝나면 얼마든지 ‘굿샷’을 외쳐도 좋다.

같은 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홀아웃했다고 해서 다음 홀로 서둘러 이동하는 것도 금물이다. 발렌타인챔피언십 때 앤서니 김은 “갤러리들이 최경주 선수의 플레이가 끝나면 내가 퍼트할 순서인데도 일제히 움직였다. 다 떠나고 나면 심호흡한 뒤 조용한 분위기에서 퍼트를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친 볼이 갤러리를 향해 날아오더라도 건드려서는 안 되며 안전을 위해 공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

국내 프로골프의 간판스타 강욱순은 몇 해 전 매경오픈에서 한 갤러리가 자신이 친 공을 주운 뒤 사라져 벌타까지 받은 적도 있다.

‘골프는 매너’라는 말이 있듯 필드의 스타들이 펼치는 최고 플레이를 보려면 올바른 관전 문화가 필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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