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켈’ 하면 오디오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1990년대 TV 광고 속 앰프에서 강하게 울려 퍼지던 ‘인∼켈∼’ 소리는 이 회사의 상징음(音) 같았다.
그러나 최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인켈 본사에서는 오디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휴대용 고화질(HD) TV 수신기, 노래방기기, 전자사전,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광중계기 등 다양한 전자·정보기술(IT)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 오디오 회사는 옛말, 첨단 정보통신 제품에 주력
김규환 생산팀장은 “1995년 설립된 중국 법인이 오디오 기기의 전문 제조기지 역할을 하고 한국 본사에서는 첨단 전자 정보통신 전문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5층 건물)의 2층 사업장에서는 큰 건물이나 지하철 등에 설치되는 와이브로 광중계기가 이른바 ‘셀(cell)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광중계기는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품이어서 이곳에서도 하루 2, 3대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대형 통신회사들에 공급되는 광중계기 1대 값은 1200만∼2500만 원.
김 팀장은 “인켈이 통신기기도 만드나”는 기자의 질문에 “19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광중계기를 독자 개발한 회사가 인켈”이라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1층 사업장의 분위기는 2층과 달랐다. 한쪽 라인에서는 HD TV 수신기가, 다른 쪽에서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되는 노래방기기(가라오케)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생산되고 있었다.
사업장 입구에 있는 ‘쇼룸’에는 홈시어터의 앰프를 벽 속으로 밀어 넣은 ‘월(Wall) 시어터’가 전시돼 있었다. 얼핏 봐서는 앰프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창술 디자인팀장은 “앰프의 슬림화 기술은 많지만 인켈처럼 아예 벽 안에 매립하듯 설치하는 방식은 진동이나 배선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며 “‘월 시어터’는 빌트인(built-in) 제품으로 요즘 인기가 많다”고 했다.
○ 음향기기 전문성 살려 올해부터 본격 도약
인켈은 최근 전자사전 ‘무디’를 시판했고 올해 2분기(4∼6월) 중에는 ‘하이패스 겸용 내비게이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7∼12월)에는 인켈의 통신 브랜드인 ‘바텔’ 마크를 단 무선인터넷전화도 국내에서 본격 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양한 제품과 제조라인을 둘러보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대적 대세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사업담당 정호 상무는 “인켈의 사업 다각화는 핵심 역량인 오디오를 근간으로 하고,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제품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문제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음향의 전문성을 ‘카오디오’ 영역으로 넓히자 요즘 대중화된 내비게이션 생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 기술력은 고스란히 전자사전을 만드는 데도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 인켈은 전자 IT 관련 신규 사업 매출 비중을 올해 26%에서 2012년에는 58%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 상무는 “법정관리의 긴 터널(2000∼2006년)을 지나온 인켈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