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234$… 美 160$… 에르메스 ‘넥타이 값 미스터리’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라는데, 왜 똑같은 에르메스 넥타이(사진)가 미국에서 가장 쌀까?

부드러운 실크 재질에 잔잔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에르메스 넥타이는 국제 비즈니스맨에겐 정장의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 에르메스 넥타이는 181달러(세금 포함 192달러)에 팔리나 러시아 모스크바 매장에선 234달러(세금 포함 241달러)나 된다. 그러나 이 넥타이가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가면 160달러(세금 포함 173.4달러)에 불과하다.

각국의 소비세를 감안해도 고유가 행진으로 가치가 점점 상승하는 러시아 루블과 최근 급격히 하락한 달러 사이의 구매력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에르메스 넥타이 가격 비교
-현지 가격달러 환산 가격
프랑스125유로181달러
미국160달러160달러
러시아5760루블234달러
한국20만 원212달러
중국1500위안210달러
홍콩1420홍콩달러183달러
자료:비지니스위크

이런 ‘에르메스 넥타이 가격의 미스터리’를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두 가지로 설명했다. 명품 넥타이는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환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며, 이제 미국 시장은 신흥시장을 노리는 유럽의 명품회사에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98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도입한 ‘빅맥지수’는 동일 제품의 가치가 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일물일가의 원칙’과 환율이 각국 통화의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구매력 평가설’을 전제로 한 지수이다. 따라서 똑같은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가 각 나라에서 얼마에 팔리는지가 바로 환율 변동을 보여 준다.

하지만 에르메스 넥타이의 경우 각 나라에서 판매되는 넥타이 가격은 현지 통화에 맞춰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가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에르메스 측은 “환율이 등락할 때마다 기름값 간판을 바꾸듯 가격을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게다가 고소득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에르메스 넥타이는 새롭게 떠오른 신흥시장에서 얻은 수입으로 주요 타깃에서 벗어난 미국 시장의 손실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268개 매장과 39개의 아웃렛을 운영하는 에르메스가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매장들도 주로 러시아나 중국 같은 신흥시장이었다. 지난해 신설한 13개 매장 중 4개가 중국에 들어섰으며 올해는 4개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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